[인성교육 칼럼 16] 인성이 중요시되는 새로운 대학입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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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미국의 대학들은 현재 입학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버드 교육 대학원에 속한 “Making Caring Common” 프로젝트가 며칠 전 2016년 1월 20일에 발표한 “Turning the Tide” 리포트가 그런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학 입학 절차가 교육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고 있는 이들의 현명한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이 리포트는 대학 입학 절차에서 인성과 사회 참여를 평가하도록 하여, 지적 성숙도와 인성적 성숙도가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교육 시스템이 지적 능력과 학업의 성취도만 강조하면서 생겨난 많은 폐해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오랜 시간동안 단단히 뿌리내렸던 교육평가 시스템에 도전하기 힘들었던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참 반가운 일이다.

 

이 리포트는 Making Caring Common 프로젝트가 미국의 여러 대학 입학 사정관들과의 회의를 거쳐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미 많은 대학들이 이 리포트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나섰고 미국 교육계의 인사들이 환영하고 있다. 예일 대학에서는 Turning the Tide 리포트의 추천에 따라 당장 내년 입시 원서에 “가족, 커뮤니티, 또는 공공의 선 (the public good)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에 대한 에세이 질문을 추가 하기로 결정했다.

 

이 리포트는 세가지 핵심 영역에서 구체적인 추천을 내 놓고 있다:

첫째, 타인과 커뮤니티를 위한, 공공의 선을 위한 깊이 있고 진정한 기여를 장려한다.

둘째, 다양한 인종, 문화, 사회계층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도덕적 참여와 기여를 평가한다.

셋째, 다양한 경제적 배경의 학생들을 공평하게 심사하고 과열된 학업 성취를 막기 위해 ‘성취’를 재정의한다.

 

이 중 첫 영역은 이미 ‘과외활동’ ‘봉사활동’이 대학 입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 포인트가 ‘깊이’ ‘진정성’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인터뷰 없이는 가려내기 힘든 부분인데다 모든 대학이 모든 지원자를 인터뷰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영역에서 지원자의 문화적 경제적 다양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참 중요하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많은 문화권이 가족을 위한 희생을 귀하게 여기는데, 지금까지 미국의 입시를 위한 경쟁은 가족에 대한 기여를 무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매일 집에서 어린 동생을 돌보거나 연로하신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무시 당하고 유아원이나 양로원에서 한 두 번 봉사했다는 증서가 인정 받는다면 그것은 봉사의 깊이를 잘못 평가한 것은 물론이요 상위 경제 계층 또는 특정 사회 계층에 가산점을 주는 결과가 된다.

 

많은 ‘일류’ 대학들이 소수 민족 학생들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유치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들에게도 학업 성취, 스포츠 예술 등 특별활동 성취에만 집중하는 입학 절차 가 있었기 때문이다. 삶의 환경이 고립되거나 빈곤한 학생들이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돈을 들여서 과외수업을 받고 스포츠나 예술활동을 잘 할 수 있었겠는가? 이것은 평가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흔히들 학업 성취도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척도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라고 하니, 그 시스템 안에서 ‘개천의 용’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 되었던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지원자들에게는 과한 성취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 주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지원자들에게는 대학 입시의 경쟁 과정이 가능한 동등하도록 출발점을 같게 해 주자는 취지의 이 리포트는 상당히 올바른 이상을 반영함과 동시에 변해가는 미국 사회를 반영하는 현실적인 시도라고 본다.

 

대학도 대학 입시를 위해 과열된 학업 성취 때문에 손해를 본다. 인성적인 준비가 덜 된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서로 어우러지지 못해 생기는 공동생활의 문제들, 갑작스런자유 속에 해이해 지면서 생기는 문제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생기는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들 등, 모두 대학이 떠 안아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대학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성적인 가치들,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위해 필요한 품성을 입학 과정에서 평가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이 Turning the Tide 리포트가 앞으로 2년의 기간을 두고 대학 입학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첫 스텝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어떻게 적용이 될지 매우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