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 17] 인성교육은 관계형성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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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인성이 기본바탕은 아이가 자라는 환경에서 어떤 관계를 형성되는가에 기인한다. 부모에게서부터 타고나는 인성적 요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유전적 영향이 어떠하든지 아이가 자라면서 형성되는 관계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 관계의 첫 시작은 부모와 자식사이의 관계이다. 관계는 관심에서 발생된다. 호적상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넘어 내 배에서 나온 내 자식에 대한 본능적인 애정이 개입이 된다. 입양 또는 다른 사연으로 인해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내 피붙이로 여기고 양육하게 될 때도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생기게 된다. 그것이 관계를 형성하는 진짜 알맹이다.

 

그런데 자녀에 대한 이 관심이 ‘결과’에 중점을 두느냐 아니면 ‘과정’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관계의 모습은 매우 달라지게 된다. 자녀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당연히 있겠으나 자녀가 이루는 결과물에 관심이 집중되면 건강한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목표로 삼되 그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소화할 수 있는 과정들을 밟게하고 그 과정 속에 부모의 관심이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기대했던 결과가 생기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 속의 경험들이 중요한 렛슨으로 남을 수 있고 다음을 기약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느끼기에 부모의 관심이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 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생각하기에 ‘나의 성장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관심이 되어야 한다.

 

물론 아이가 어떤 부분에 재능을 보이면 그 재능을 썩히지 않고 개발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능과 아이의 관심이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 재능이 있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을 경우 무조건 재능을 키우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연주자나 체육인이 과거를 돌아보며 포기하고 싶던 힘든 시간들을 극복하도록 도와준 부모에게 감사하는 사연을 접하기도 한다.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어린 재목에게 과연 그 부모가 ‘너는 이것을 잘하니까 해야만 해’라고 단련만을 강요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련의 과정이 힘들어 눈물을 흘릴 때 그 과정에서 부모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연마해야할 이유를 아이가 공감하도록 하고 아이와 함께 한다는 관계의 힘이 더 위대했기에 빛나는 결과가 있었을 것임을 확신한다. 맹목적인 타이거맘은 재능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행복과 보람을 느끼며 사회에 공헌하는 진정한 인재는 키우기 힘들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재능이 보여지는 아이에게 목표를 세우게 하고 추진하게 하는 것은 부모로서 해야할 역할이기도 하다. 다만 부모의 관심이 결과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을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표출되는 것은 차라리 목표를 주지 않은 것만 못하다. 목표를 정할 때는 첫째, 그 목표가 아이에게 왜 의미가 있는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원하는 목표이기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에게 의미와 도전이 되기에 아이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둘째,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모도 이 과정에서 함께 하고 있구나’ 라고 아이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잘하고 있을 때는 칭찬하고 부진할 때는 야단보다 이해와 격려가 더 많아야 한다. 목표가 성취되었을 때는 결과를 칭찬하지 말고 노력한 과정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따라온 것임을 설명하고 노력을 칭찬해야 한다. 목표에 실패했을 때는 그동안 쏟은 노력을 귀하게 여기고 다음을 기약하여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가 느끼기에 부모의 관심이 결과가 아니라 아이 자신에게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딸아이가 근래 뮤지컬을 부쩍 좋아하게 되었고 지난 학기에는 학교 뮤지컬 팀에서 주요역할을 맡기도 했다. 좀 큰 프로덕션에서 주최한 뮤지컬 오디션에 갔었는데 지난 주 탈락되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딸아이가 실망하기는 했지만 해마다 오디션이 있으니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요즘 학교 오가는 차 속에서 아빠와 함께 오디션에서 불렀던 노래들을 함께 부른다. 다행히도 아이는 여전히 뮤지컬을 사랑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