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 19] SSAT가 말해주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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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필자 부부가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재직했을 때 일이다. 교사 역할과 함께 입학사정관(어드미션 커미티)을 겸임했었는데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는 두 명의 학생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빈센트는 그랜드 캐년이 있는 애리조나 주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만 살아오다가 필립스 엑시터의 문을 두드렸다. 빈센트는 인디언 보호 구역에 살면서 가난해서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고 했다. 그래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의사의 꿈을 키워왔고 학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데 빈센트의 학과 성적은 그런대로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SSAT 점수가 필립스 엑시터 입학생들의 평균에 모자란 상태였다. 게다가 가정환경이 어려워 음악이나 미술 렛슨 한 번 받을 수 없었던 터라 어느 지원자나 하나쯤은 할 수 있었던 악기 연주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빈센트에게는 더 값진 것이 있었다. 돈이 없어도 열정만으로도 할 수 있는 마을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했다는 기록이었다. 결국 필립스 엑시터는 빈센트를 선택했다. 그것도 전액 장학생으로. 빈센트의 시험 성적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결과였다.

 

바이얼린 연주에 재능을 지닌, 체코에서 온 에리카라는 학생이 있었다. 에리카는 외교학을 공부하고 싶어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도 대단한 아이였다. 입학사정관들의 시선을 모은 것도 시험 성적보다 바이얼린에 대한 에리카의 열정이었다.

 

에리카의 어머니는 바이얼린을 전공 하셨고 어려서부터 에리카에게 직접 바이얼린 연주를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에리카가 초등학생일 때 그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를 여읜 에리카는 바이얼린을 연주할 때마다 어머니의 숨결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늘 바이얼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왔다. 바이얼린을 연주할 때마다 마치 어머니와 대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에리카는 학교 성적도 우수했지만 시험 성적만 놓고 본다면 더 우수한 학생에게 밀려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의 눈에는 에리카가 바이얼린에 대해 갖고 있는 열정과 어머니를 여의는 어려운 경험을 꿋꿋이 이겨낸 경험이 시험성적보다 더 가치있게 보였고, 결국 필립스 엑시터는 에리카를 신입생으로 맞이했다.

 

필립스 엑시터가 빈센트와 에리카에서 발견한 세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었다.

첫째는 가능성과 잠재력이었다. 이 두 학생의 열정과 삶에 대한 애착을 통해 입학 후 학교에서 학업과 자기 개발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그 이후 인재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과 잠재력 말이다.

둘째는 이들이 갖춘 인성적인 부분이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 열악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도우는 봉사활동을 통해 보여진 섬김. 그런 섬김의 꿈을 키운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성 말이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따뜻한 기억과 사랑이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인간미가 있었다. 아직 영글어 가는 단계에 있는 어린 학생들이지만 사람됨을 엿볼 수 있는 봉사의 마음과 겸손의 마음이 느껴졌다.

셋째는 이런 특별한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 공동체 전체에 미치게 될 좋은 영향력이다. 입학 경쟁이 센 학교일수록 다양한 (diverse) 학생들을 뽑기를 원하는데, 그것은 인종의 다양성같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다양성 뿐 아니라 삶의 배경의 다양성,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도 포함한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대단히 특별한 경험을 가지기는 힘들겠지만 이렇게 특이 시항이 있을 때는 고려하게 된다. 빈센트와 에리카 같은 친구들이 평범한 어린시절을 보낸 학우들과 어울리며 세상과 삶의 깊이와 너비를 나눌 것,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잠재력, 인성, 경험의 다양성 – 시험 성적 만으로 결코 알수 없는 것, 그러나 참 인재를 키우는 교육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다산북스)의 내용이 참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