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 5] 지식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2262

CHOI-JANG

 

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교육가인 존 필립스가 1781년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세우며 재산 기부 증서에 이렇게 썼다.

“교사의 가장 큰 책임은 학생들의 마음과 도덕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지식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서 고귀한 인품을 이룰 때 인류에 도움이 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지식과 선함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인성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식은 많이 아는 것 뿐 아니라 각 분야에 따른 능력도 포함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기술을 익혀서 자격증을 따는 것 등 학업과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선함이란 사람의 됨됨이를 뜻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예의를 잃지 않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 즉, 인성적인 부분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는 능력과 인성의 조화로움을 말하면서도 실제로 능력과 인성은 별개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개발자의 기술이 중요하지 그사람의 인성이 뭐가 중요한가?’, ‘전화 설문자는 전화를 걸어 정보를 수집하고 통계를 잘 내면 그만이지 그 사람의 인성이 무슨 상관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설문자가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긴 하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혼자만 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품개발 팀 내에 다른 팀원들이 있을 것이고, 설문자는 수많은 응답자를 음성으로 대하게 된다. 기술과 정보를 다루는 일이긴 하지만 사람들과 팀웍을 이루거나 사람들과 소통해야하는 일이다. 팀웤과 소통은 사람의 일이며 어떠한 신념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일의 질은 달라지게 된다. 결국 어떤 팀웍, 어떤 소통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생산성과 정보수집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당장 이윤이 창출되지는 않지만 원래 일과 다른 일을 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적지않은 자체 경비를 들여가면서 말이다.

TV광고 중에 이런 광고가 있다. 우주비행사인 아빠를 감동시키고자 넓은 사막에 아빠를 사랑한다는 대형 글자를 적어서 우주에 있는 아빠가 그 글귀를 보고 감동한다. 자동차가 사막의 한 곳을 지나가면서 타이어 자국으로 글자를 만들어 내는 광고이다. H 자동차회사의 광고다. 20초 동안의 짧은 시간 동안 차선전이라기 보다는 감동적인 한 편의 프로젝트를 보는 느낌이다. 자동차 홍보는 우선순위가 아닌 것 같고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하는 휴먼 다큐같은 느낌마저 든다. 첫눈에 무슨 제품을 광고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면 광고원칙에 의하면 실패한 광고이다. 과연 실패한 광고일까? 그렇지 않다.

 

어떤 기업은 날짜를 정해놓고 그 날은 전 직원이 회사가 속한 커뮤니티와 손을 잡고 거리 청소와 환경보호 일을 한다. 평일,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아침 일찍 타운의 한 공원에 모여서 조를 짜서 여러종류의 일을 분담한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가 그 근방 타운에 있는데 학생과 교사도 그날은 수업을 하지 않고 그 회사와 함께 하루종일 봉사활동을 한다. 제지회사인 T 회사 활동 중 하나다. 그 수많은 인력을 그것도 평일에 생산업무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동네를 청소하고 나무를 손질함으로써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뿐아니라 계산상으로는 오히려 손실이 생기는 활동이다. 하지만 작은 부분에서나마 기업이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좋은 예이다. 기업 차원에서의 하나의 선함의 실천이라고라고 할까?

 

H 자동차 회사나 T 제지회사처럼 일차적 목표인 제품 선전이나 이윤추구의 활동이 아니라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사회봉사를 추구하는 것은 선한것을 추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소비자를 제품을 사주는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여기고 또 기업은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윤리가 반영된 예이다. 이러한 선함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 되고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결국 향후 판매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결과도 생기게 한다. 기업이 소비자와 그리고 세상을 향한 선한 소통의 방법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개인적으로 선함을 실천할 뿐 아니라 그들이 속한 단체를 통해 선함을 실천할 수 있기를, 그런 예들을 통해 배우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는 ‘선함없는 지식이 위험’ 할 뿐 아니라 ‘지식없는 선함은 약하다’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다산북스)의 내용이 참조되었습니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