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앞 부부싸움도 ‘건전한 다툼’은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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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립대 연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지 마라.” 부부싸움을 할 때 고전처럼 전해오는 얘기다. 하지만 자녀가 감정을 숨기는 부모를 지켜보기보다는 ‘건강한 다툼'(healthy conflict)을 보도록 하는 게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주립대 새러 워터스 교수 등 연구팀은 최근 조사에서 부모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황에서 감정을 억누르게 되면 자녀들도 부모처럼 반응성이 줄어드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27일 전했다. 연구팀은 109명의 엄마와 아빠를 대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일부 청중에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도록 함으로써 스트레스 수준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스트레스 수준이 충분히 높지 않으면 자녀들과 함께 레고 조립을 하도록 하면서 일부에게는 감정을 억눌러 달라고 요청했고 대조군의 다른 부모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주문했다.

7세부터 11세 사이 어린이에게는 레고 조립 안내서를 전달했으나 레고에는 손을 대지 못하도록 했다. 부모에게는 레고를 조립하도록 했지만, 안내서는 볼 수 없도록 했다. 이는 실험에 참여한 가족들이 서로 힘을 합쳐 레고를 조립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실험과정에서 나타나는 애정과 지시, 감정은 모두 비디오에 담았다. 연구진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심장 박동과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하고 반응성과 정감, 상호작용, 아이들에 대한 지시 형태 등을 꼼꼼히 살폈다.

조사 결과 스트레스를 억제하고 있던 부모는 레고를 조립하는 동안 “덜 적극적인 파트너”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워터스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 이들 부모는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를 짓는 등의 따듯한 몸짓은 별로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모는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레고 조립법을 가르치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실험에 참여한 아동들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워터스는 아동들의 반응도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으며, 긍정적인 태도 역시 부족했다면서 부모의 무거운 심적 상태가 자녀들에게 그대로 이입된 듯한 상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녀는 부모가 감정을 억제하는 것을 알아차린다”며 “자녀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느꼈음에도 부모가 평소처럼 행동하거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자녀들은 혼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볼 때 감정을 다스리는 더 좋은 방법은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워터스는 결론을 맺었다. 워터스는 “부모가 감정을 어떻게 억누르고 그에 따라 부모와 자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려고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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