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시간 주기가 특이하다면? “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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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Gracia Lam/뉴욕타임스]

수면 패턴에 영향 미치는 유전자 발견

목장에서 일해야 하는 농부라면 매일 아침 동트기 전에 젖소들의 우유를 짜기 위해 매우 일찍 일어나고 따라서 일찍 자야 한다. 하지만 당신이 하루 종일 주식시세를 관찰해야 하고 고객들과 만나는 직업을 가졌다면, 그리고 저녁시간까지 즐기기를 원한다면 목장 농부처럼 새벽 2시에 일어나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24시간 주기 리듬’이라고 불리는 잠자는 시간 사이클이 있는데, 바쁜 현대인들은 이같은 주기가 흐트려져 수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여기 한 여성을 보자. 익명을 원한 그녀는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보통 새벽 5시면 잠이 깨 일어나는데 덕분에 고교시절에는 학교에 늦을 일이 절대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면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이제 63세가 된 그녀는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고 어떨 때는 새벽 1시30분에도 깨어 이후에는 다시 잠이 들지 못한다.
투자상품 전문가로 일하는 그녀는 낮에는 졸리지도 않고 낮잠을 자지도 않지만, 이렇게 잠시간이 줄어드는 게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수면 부족, 특히 꿈을 꾸는 얕은 수면 상태인 ‘렘 수면’ 시간이 충분치 않을 경우 알츠하이며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녀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 패턴을 가지게 된 것은 유전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수면’ 학술지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불면증 등으로 수면 클리닉을 찾은 2,400여 명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중 일부는 유전적으로 가족들 모두 시차 때문에 잠못 이루는 것과 같은 수면 패턴을 항상 가지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 연구를 이끈 UC 샌프란시스코의 신경학 교수 루이스 프타첵 박사는 어떤 사람이 ‘올빼미’와 같이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있거나, 아니면 ‘종달새’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을 유지하는 것은 종종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그의 연구팀이 이를 관장하는 유전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통 잠을 많이 자야 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짧은 수면으로도 견디는 사람들의 패턴은 각각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맞춰지지만, 유난히도 새벽잠이 없거나 반대로 극단적으로 늦게 자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사람들의 수면 패턴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것임은 분명하다. 이중 유난히도 일찍 자고 일찍 깨는 수면 주기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프타첵 박사와 그의 공동연구자인 잉-후이 푸가 실험을 통해 발견한 특정 유전자들에서 일어나는 특정 돌연변이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프타첵 박사는 “이 돌연변이 유전자가 유전이 되지만, 그 발현 형태는 다른 나머지 게놈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극단적인 아침형 인간’이 그렇게 드물지는 않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이같은 유형은 수면 클리닉을 찾은 환자들 가운데 1,000명 중 3명 꼴이며 이중 3분의 2는 유전적으로 가족들 모두 매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 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극단적인 아침형 인간은 생각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생각이다. 이런 사람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 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수면 클리닉에 상담하러 잘 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나 직장에 일찍 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기에 극단적 아침형 인간들은 보통 사회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일이 적다. 반면에 올빼미형 인간의 경우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어 학교나 직장, 또는 가사 요구에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수면 전문가의 도움을 찾는 경향이 더 크다.
프타첵 박사는 “새벽 2시나 3시, 심지어 4시까지 잠들지 못하다 아침 7시가 되면 일어나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만성적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수면시간 주기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냥 포기하고 살아야 할까, 아니면 이를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 프타첵 박사는 극단적 수면주기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항공 여행 후 시차를 극복하는 것처럼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빼미형 인간들의 경우는 저녁이나 밤 시간에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 같은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은 생체시계를 흐트러뜨려 일찍 잠에 들 수 없게 하고 불면증이 있는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하고, 오히려 아침에 잠에서 깨는데 도움이 되도록 아침에 밝은 빛이 침실에 들어오도록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멜라토닌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멜라토닌 복용은 시간을 잘 맞춰서 해야 한다. 멜라토닌 수치는 보통 잠들기 약 2시간 전에 높아지기 때문에, 올빼미형 인간의 경우 잠들기 원하는 시간보다 2시간 전에 멜라토닌을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한밤중에 잠이 깨어 더 이상 잠이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잠들기 전에 과식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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