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45]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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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자주 받는 질문 중의 하나다. 죄 없으신 예수님이 왜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나요? 요한의 세례는 분명히 죄 회개의 의식이었다. “나는 너희로 회개하게 하기 위하여 물로 세례를 베풀거니와…”(마 3:11a). 죄인들이 세례를 받으러 왔을 때 그는 호통 치며 우선 회개할 것을 요구했다. 예수님은 죄가 없으신 분이었다. 동정녀 탄생이라는 특별한 방법으로 이 땅에 오신 것도 죄인의 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룩한 성령으로 잉태한 하나님 자신이시며 죄인들의 죄를 사하는 권세를 지닌 분이셨다.

세례 요한은 그렇게 자기 뒤에 오시는 그리스도의 신을 들어줄 자격도 없다고 했다.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푸실 것이요”(마 3:11b). 예수님 시대 즈음의 고대 랍비의 노예 매뉴얼을 생각해 본다. “자기를 산 주인의 신발 끈을 풀어준다. 목욕하러 가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들고 따라간다. 옷을 벗겨 몸을 씻어주고 기름을 발라준다.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겨준다…”(Ketuboth 96a). 그러니까 자기가 그리스도의 노예 일도 감당 못할 만큼 그분은 거룩하게 크신 분이라는 세례 요한의 고백이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황한 요한의 만류를 뿌리치고 강권하여 요한의 세례를 기어이 받으셨다(마 3:15). 이게 무슨 뜻인가?

이것은 죄 없는 하나님께서 세례를 받아야만 하는 죄인과 철저하게 하나가 되는 동일시의 연합이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시기 위해 ‘죄 없는 죄인’이 되신 것이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6~8).

예수님께서는 우리 죄인의 모습으로 세례를 받아 우리와 하나가 되셨고 그래서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그분과 하나가 되어 그분의 죄 없으심을 입어 의롭다 여김을 받는 것이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우리는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냐”(롬 6:3). 그분은 죄인인 내가 되어 세례를 받으셨고 나는 세례를 받음으로 그분과 하나가 되어 죄 없다는 선언을 받는다. 성육신의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짊어지시는 자신의 십자가 죽음을 ‘세례’라고 하셨다. 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 좌우에 앉게 해 달라는 권력욕을 표출했을 때 하신 말씀이다. “너희가 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마 10:38). 예수님은 요한의 물세례를 통해 우리와 같은 죄인이 되셨고 그렇게 죄인이 되신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대속의 죽음을 이루셨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의 물 세례는 자신의 최종적 사명인 십자가 죽음의 세례를 향한 출범의 헌신예배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