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48] > ‘예수의 세례’에 닿지 못한 ‘요한의 세례’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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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복음의 과도기를 설명하고 있는 사도행전에 보면 다소 미묘한 신자들이 등장한다. ‘예수에 관한 것’을 열심히 가르치기는 했지만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다던 아볼로(18:25)와 ‘제자’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역시 ‘요한의 세례’만 받아 ‘예수의 세례’를 몰랐던 것으로 정의된 에베소 사람들이다(19:2-3). 초대교회의 이런 신자들의 상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볼로는 이집트의 대표적 그리스 문화 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 출신 유대인이었고 그 지역 인물 답게, “학문이 많고 성경에 능한 자”였다(18:24, 개역). 아볼로는 신자였고 구약성경에 입각해 예수에 대해 열정적으로 가르칠 만큼 실력이 있었으나 뭔가 빠진 것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가 연설하는 것을 들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가 이 점을 간파하자 개인적으로 데려다 ‘하나님의 도’를 더 자세히 풀어주었다고 한다(행 18:26).

그리고 아볼로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요한의 세례’만 알면서 예수에 대해 가르치던 그가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에게 배운 후 아가야(현재의 그리스)에 가서는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진리를 증거했다. 아볼로가 처음에는, 도덕적 회개를 가르친 요한의 세례와 그 뒤를 이었던 부활 이전 선지자 예수의 각종 교훈과 예언자적 기대만을 알아 그것을 구약 성경으로 풀어 설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볼로는 선지자 예수는 알았지만 구세주 예수의 죽음과 부활로 이어지는 대속(代贖)의 사역과 그에 입각한 구원론을 몰랐을 수 있다. 즉 예수가 대속적 죽음을 통해 인류 구원의 그리스도가 된다는 진리의 차원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것을 눈치챈 아굴라와 브리스길라가 그에게 이러한 복음의 핵심적 요소를 풀어 가르쳐 주었고 이후 그는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선포할 수 있었다.

바울이 만나보니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에베소의 어떤 제자들(19:1)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아볼로처럼 ‘요한의 세례’만 알았다 한다(19:3). 바울이 이들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자 성령이 임하고 방언과 예언을 하게 되었다(19:5-6).

아볼로나 에베소의 어떤 제자들의 이야기를 감안할 때, 당시 초기 복음이 전파되는 중에 대속(代贖)적 기독론에 대한 이해가 없어 선지자로서의 예수만 설파하며 성령의 역사를 알지 못하던 노선의 제자 그룹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복음이 전파되는 과정 중에 드러난 과도기적 현상이었다.

복음이 완전체로 선포되는 요즘에도 이런 과도기에 머물러 있으면 곤란하다. 소위 ‘역사적 예수’는 알지만 ‘십자가와 부활의 그리스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말 중요한 진리와 체험이 빠진 것이다. 선지자 요한의 세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불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구세주 예수의 세례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