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58] 자신을 굳이 ‘사람’이라고 하신 하나님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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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예수께서는 자신을 가리킬 때 1인칭 대명사(나) 대신 자주 3인칭 단수로서 ‘인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남 얘기하듯 하지만 예수 자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여기서 ‘인자’(人子)는, ‘사람의 아들’(Son of Man)로 직역되는 그리스어 ‘호 휘오스 투 안쓰로푸’(ὁ ὑιὸς τοῦ ἀνθρώπου)를 우리 성경이 한자로 축약 표기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어색하고 생소하지만 고대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언어 습관이었다. ‘사람의 아들’은 그냥 ‘사람’을 뜻하는 히브리식 표현이었다.
예수께서 고향에 나타났을 때 동네 사람들이 한 말이다. “이는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니냐. 그 어머니는 마리아,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라 하지 않느냐”(마 13:55). 어머니와 형제들의 이름들이 정확하게 지명되면서도 정작 아버지 ‘요셉’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것을 볼 때, 여기서 ‘목수의 아들’은 ‘목수 요셉의 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목수’라는 의미였다. 사람들이 예수를 자기네 이웃에 살던 목수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네 이웃이었던 예수를 보고 “이는 그 목수가 아니냐” 한 것이었다.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마가복음 6:3을 보면 이 점이 더 유력하게 드러난다. “이 사람이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 야고보와 요셉과 유다와 시몬의 형제가 아니냐. 그 누이들이 우리와 함께 여기 있지 아니하냐 하고 예수를 배척한지라.”
그렇다. ‘목수의 아들’은 목수라는 뜻이고 ‘사람의 아들’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예수께서는 스스로 자신을 지칭할 때 ‘사람’이라고 하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사람이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원래 이 표현의 근원인 히브리어로는 ‘벤 아담’(בֶן־אָדָם)이다. 물론 똑 같이 ‘사람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히브리어의 ‘아담’은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첫 번째 사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더 익숙하지만 원래 그냥 ‘사람’이라는 보통명사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벤 아담)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 8:4).
신약성경은 그리스어로 기록되었지만 원래 예수께서는 아람어나 히브리어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인자’(ὁ ὑιὸς τοῦ ἀνθρώπου)로 번역된 말의 원래 히브리 표현은 ‘벤 아담’이었을 터이고 그 뜻은 ‘아담’(사람)이었다. 예수께서는 자신을 아담, 즉 ‘사람’이라 지칭하셨던 것이다. 그러기에 바울은 예수를 ‘마지막 아담’이라고 해석했다. “기록된 바 첫 사람 아담은 생령이 되었다 함과 같이 마지막 아담은 살려주는 영이 되었나니”(고전 15:45). 사람이 되신 하나님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굳이 자신을 ‘사람’이라고 지칭하신 그 심오한 뜻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아담이신 예수가 내가 모델 삼아야 할 참 사람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