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62] 알고 보니 다 별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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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주요 성경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이름이 둘이다. 하나님께서 본명을 바꿔 달리 부르셨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 본명처럼 후대에 기억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자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이름이 둘이었다기 보다는 하나님께서 붙여 주신 별명이 생긴 것이었다.

“이제 후로는 네 이름을 아브람이라 하지 아니하고 아브라함이라 하리니…”(창 17:5). ‘아브람’은 ‘위대한 아버지’의 뜻으로 ‘자기 아비처럼 높은 사람’ 그래서 ‘출신이 고귀한 사람’의 함의를 지니고 있었다. 아버지 데라의 소원이 인간적 욕심으로 담긴 이기적 이름이었다. 그런데 발음이 비슷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아버지’라는 뜻의 ‘아브라함’은 모든 사람에게 복이 되는 사명과 비전의 별명이다. 자기를 위해 살던 길에서 타인과 세계를 위한 삶으로의 변화가 여기 새 이름에 있었다. 그는 별명 아브라함으로 역사에 남았다.

‘발꿈치를 잡았다’는 뜻의 야곱은 인생 위기의 상황에서 하나님을 붙잡고 늘어지는 기도의 밤 후에 ‘하나님과 씨름하여 이겼다’는 의미의 이스라엘이 별명이 되었다(창 32:28).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을 이기겠는가? 축복하지 않으면 놓지 않겠다는 그에게 하나님께서 ‘내가 졌다’ 하시면서 은혜로 복을 주셨다는 뜻이다. 경쟁과 싸움의 인생에서 하나님 은혜의 인생으로 바뀜이었다.

베드로의 본래 이름은 시몬(황야, 사막의 뜻)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베드로’로 기억한다. 역시 별명이었다. 그가 한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핵심적 신앙고백 후에 예수께서는 그 고백을 한 시몬을 ‘게바’라 부르셨다. ‘게바’는 ‘반석’이라는 뜻의 아람어였고 신약성경은 이것을 그리스어로 직역해 ‘페트로스’(우리 식 발음 베드로)라 했다(마 16:18). 이 고백이 있었던 빌립보 가이사랴 사건 이전에 이미 그에게 베드로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예수께서 그의 별명으로 ‘의미 유희’를 하셨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사도행전에서 오순절 날 복음 선포로 역사적 교회를 시작한 기반으로서의 반석이 되었다(행 2:41).

사람들이 그 성품을 치하하며 붙여준 별명이 본명처럼 기억된 경우가 ‘바나바’였다. 사실 그의 본명은 ‘요셉’이었다(행 4:36). 그런데 이 사람이 워낙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줬기 때문에 ‘위로(격려)의 아들’이란 뜻의 ‘바나바’란 별명이 붙었다. 그 후 사람들은 그를 그냥 ‘바나바’로 불렀고 본명은 오히려 기억되지 않았다. 바울을 품고 키워 세워줘 세기의 사도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 이 사람 ‘바나바’였다. 그의 본명처럼 된 ‘위로’라는 말이 그리스어로 ‘파라클레시스’다. 예수께서 성령에 붙인 별명이 바로 ‘파라클레토스’(=옆에 있도록 부름 받은 사람, 보혜사, comforter)였다(요 14:16). 그러니 참 영광스러운 별명이다. 기억될 만한 별명이 없는 나는 가치 있게 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김춘수의 “꽃”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