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21] 국회 의사당 사태를 기드온과 아비멜렉에 비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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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이번 주 우리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오명이 될 만한 안타깝고 추한 모습을 봤다. 권좌를 욕망하는 인간의 지배 탐욕은 온갖 명분과 논리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코 선하지 못하다. 성경은 주전 12-13세기의 먼 옛날에 이미 권력이 집중된 군주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평가절하했다. 사사 기드온이 미디안의 괴롭힘으로부터 이스라엘 사람들을 건져냈을 때 사람들이 그에게 와서 “당신이 우리를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셨으니 당신과 당신의 아들과 당신의 손자가 우리를 다스리소서”라고 요청했다(삿 8:22). 당시 사사는 필요시 하나님께서 능력을 주어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발휘하되 후손에게 그 권한의 대를 잇게 하지는 않았다. 세습 직분이 아니다. 그러니 여기서 사람들이 기드온에게 요청한 바는 권력을 세습하는 왕(군주)이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드온은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하겠고 나의 아들도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할 것이요 여호와께서 너희를 다스리시리라”(삿 8:23). 사람이 왕이 되어 다스리는 것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가 첩으로부터 낳은 아들 아비멜렉은 정치적 술수를 써서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설쳤고, 결국 자신의 형제 70명을 도륙하고 세겜 사람의 왕으로 옹립되었다(삿 9:1-6). 이 비극에서 살아남은 기드온의 막내 요담이 그리심산에 올라가 외친 비유가 의미심장하고 흥미롭다. 재미있으니 자세히 읽어보자.

“하루는 나무들이 나가서 기름을 부어 자신들 위에 왕으로 삼으려 하여 감람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우리 위에 왕이 되라 하매 감람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내게 있는 나의 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나니 내가 어찌 그것을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우쭐 대리요 한지라. 나무들이 또 무화과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와서 우리 위에 왕이 되라 하매 무화과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의 단 것과 나의 아름다운 열매를 내가 어찌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우쭐 대리요 한지라. 나무들이 또 포도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와서 우리 위에 왕이 되라 하매 포도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내 포도주를 내가 어찌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우쭐 대리요 한지라. 이에 모든 나무가 가시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와서 우리 위에 왕이 되라 하매 가시나무가 나무들에게 이르되 만일 너희가 참으로 내게 기름을 부어 너희 위에 왕으로 삼겠거든 와서 내 그늘에 피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불이 가시나무에서 나와서 레바논의 백향목을 사를 것이니라 하였느니라”(삿 9:8-15).

무슨 말인가?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선하지 못하다 함이다. 사람 위에 군림할 생각 말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소명과 은사를 따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아름답다는 강력 풍자였다. 지금도 다시 던져봐야 할 질문이다. 열매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지배의 삶을 살 것인가? 지배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긴 사명의 결실을 맺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 위에 서서 그들의 박수를 받으며 군림하여 영광을 받으려는 데만 몰두한다. 가시나무다. 열매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주어진 일 자체를 기뻐하며 그 일을 이루는 데서 얻는 즐거움을 보람으로 여긴다. 포도나무, 감람나무, 무화과나무다. 금주 DC에서 벌어진 일은 열매를 위한 투쟁일까, 아니면 가시나무의 지배욕 횡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