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 현지 직원 ‘인권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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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외교위 166개 공관 설문조사

남성 외교관 여직원 성희롱 빈발

행정직원 48%‘차별당한 경험 있다”

한국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행정원 등 현직 직원들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관에서는 남성 외교관들에 의한 여직원 성희롱이 빈발하고 있으며, 행정원들에게 대사가 막말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1일 공개한 166개 재외공관 행정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설문에 응한 행정직원들 중 절반에 가까운 47.9%가 ‘차별 및 인권 침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이 차별이나 인권침해를 경험한 셈이다. 일부 직원들은 성희롱이나 갑질, 막말 피해를 보고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 재외공관 현지 직원들은 “한국에서 대표단이 왔는데 본인 무릎에 앉으라는 등과 같은 성희롱을 당했다”거나 “성생활을 포함해 미혼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재외공관의 고위직 외교관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피해사례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송 의원이 재외공관 행정직원 노조와 함께 지난달 19∼24일 재외공관 행정직원 노조원 1,45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결과, 인권침해 횟수로는 ‘2회 이상∼5회 미만’을 꼽은 응답자가 113명(전체 응답자의 24.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회 이상~10회 미만’(42명), ‘10회 이상’(4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일부 재외공관에서는 “행정원은 나라가 대사에게 보낸 개” 라는 발언을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귀임하는 외무 공무원의 집 이사를 돕고 세간살이를 판매해야 했으며 청소에까지 동원됐다거나 ▲ ‘마담’이라고 불리며 커피 준비를 제대로 하라고 지시를 받았다거나 ▲설명 없이 9개월 어치의 임금을 부당 회수당했다는 등 믿기 힘든 막말이나 부당대우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관 행사 때 행정직원은 밥 먹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거나 학력 수준 미달로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신고도 있었다.

응답자들에게 ‘차별과 인권침해를 당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했더니 ‘노조에 도움을 요청하겠다’(37.8%)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문제를 제기해도 변화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참고 견딘다’(19.7%)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LA총영사관의 신고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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