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전 국회의원, ’20년 정치인생’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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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 본사를 찾아 그간의 속내를 털어놓았던 정두언 전 국회의원.[고영권 기자]
유서 남기고 북한산 자락서 숨진 채 발견···우울증 앓아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1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아침까지 시사방송 프로에 출연했던 정 전 의원이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평소 우울증을 앓았고 이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실을 밝힌 적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자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북한산 자락에서 자신의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린 뒤 산 쪽으로 걸어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후 3시42분쯤 정 전 의원의 부인은 자택에 남긴 유서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요청을 받고 소방당국이 함께 수색에 나서 정 의원을 발견했다. 휴대폰 위치 추적으로 정 전 의원을 찾았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정 전 의원의 지인은 “최근 이상한 점은 없었고, 지난 일요일에 같이 술을 마셨는데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경찰은 정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유난히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정치인이었다.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24회)에 합격, 관료로 출발한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정무부시장을 맡아 정계에 발을 들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으며, 2007년 이명박 정부 개국공신으로 한때 막강한 권력을 누렸다. ‘왕의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호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다. 18대 총선에서 ‘정권 쇄신’을 명분으로 내걸어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한 것이 고인을 날개를 꺾었다. 형의 편을 든 이 전 대통령에게 내쳐져 이내 권력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12년엔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2심 형량(10개월)을 채우고 만기 출소했으나 1년 뒤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여의도 복귀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서울 서대문을에서 4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이혼 등 개인적 불행도 겹쳤다.

정 전 의원은 끝까지 재기를 꿈꿨다. 재혼한 아내와 지난해 서울 마포구에 일식집을 차리는 등 사업을 시작했고,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 의욕적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오래 앓은 우울증이 그의 꿈을 허물었다. 지난해 2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 전 의원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갑작스런 정 전 의원의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시신 발견 장소로 달려온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원은 “우울증을 숨기지 않고 치료를 받았고, 며칠전 정태근 의원하고 셋이 만나 정치 얘기도 했었는데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다”면서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숨진 당일 아침에도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논객의 입담을 과시했던 정 전 의원의 갑작스런 비보에 방송가도 충격에 휩싸였다.<정준기·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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