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는 뇌를 자극시켜 중독성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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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Jonathan Djob-Nkondo/뉴욕타임스]

치즈버거·감자칩·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들
“알코올·담배·마약보다 더 중독성 강할수도”
퓰리처상 수상자 모스 새 저서 ‘중독’서 주장

20년 전 담배 대기업 필립 모리스의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시만 치크는 한 법적 절차에서 중독을 정의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중 독에 대한 나의 정의는 일부 사람들이 끊기 어려운 반복적인 행 동이다”라고 그는 대답했다. 시만치크는 흡연의 맥락에서 한 말이 지만 탐사보도기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모스는 그의 흥미로운 새 책에서 담배회사 총수의 중독에 대한 정의는 필립 모리스 사가 수십 년 동안 판매 및 제조한 다른 제품그룹인 ‘고도 로 가공된 식품’과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스는 그의 새 저서 ‘중독’ (Hooked)에서 중독의 과학을 탐구한 다. 식품회사들이 우리 뇌의 보상회로를 가로채기 위해 공들여 가공식품을 만들고, 우리가 과식하게 함으로써 전 지구적으로 비만 및 만성질환이 유행하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모스는 치즈버거, 감자 칩, 아이스크림과 같은 가공식품은 중독성이 있을 뿐만 아니 라 알코올, 담배,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내부 산업문서와 업계 내 부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부 식품회사들이 제품의 중독성을 인식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가당식품에 대한 중요한 연구를 중단시키고 사람들이 식품회사에 대해 소송하는 것을 방지하는 법을 선도하는 등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한다.

모스는 또한 식품회사들이 1970 년대 후반부터 많은 인기 있는 다이어트 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사의 제품을 먹어서 얻은 체중을 줄이려는 시도에서까 지 이익을 얻어왔다고 썼다. 가공식품 거인인 하인즈(Heinz)는 1978년 ‘웨이트 워처스’ (Weight Watchers)를 7,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클론다이크(Klondike) 바와 벤 앤 제리(Ben & Jerry)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유니 레버(Unilever)는 2000년 슬림패스트 (SlimFast)에 23억 달러를 지불했다.

초콜릿 바와 핫 포켓츠(Hot Pockets)를 만드는 네슬(Nestle)은 2006년 ‘제니 크레이그’ (Jenny Craig)를 6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리고 2010년 ‘시 나본’ (Cinnabon)과 ‘카벨’ (Carvel) 아이스크림을 소유한 사모펀드 회사는 저탄수화물 바, 셰이크 및 스낵을 판매하는 회사인 ‘앳킨스 뉴트리셔 널’ (Atkins Nutritionals)을 인수했다.

이러한 다이어트 브랜드의 대부분은 나중에 다른 모회사에 판매되었다.

“식품업계는 사람들이 중독을 주장하는 소송의 제기를 차단했고, 문 제가 되는 방식으로 과학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다이어트 산업을 통제했다” 고 모스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는 10년 동안 가공식품산업의 밑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우리의 기본 본능만이 아니라 식습관의 통제 시도를 악용하려는 그들의 전략적 깊이와 기만성에 계속 놀랐다”고 쓰고 있다.

전직 뉴욕타임스 기자이며 퓰리처 상을 수상한 모스는 2013년 ‘소금 당 지방’ (Salt Sugar Fat)을 출간하면 서 가공식품 업계를 처음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사람들이 거부할 수 없는 지복점(bliss point)을 달성하 기 위해 기업들이 정크푸드를 만들어 낸 방법과 담배업계에서 빌린 전술을 사용하여 해당 제품을 마케팅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 책을 쓴 후 모스는 가공식품도 중독 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했다. “나는 ‘소금 당 지방’을 쓸 때 중독이라는 단어를 피하려고 했다”고 말 한 그는 “트윙키(Twinkies)를 크랙 코 케인과 비교하는 것은 완전히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가공식품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과학을 파헤치면서 그는 흔들렸다. 물질의 중독성과 강 박적 섭취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그것이 얼마나 빨리 뇌를 자극하는지에 관한 것이 다. 그것이 보상회로에 더 빨리 도달할수록 그 영향은 더 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크랙 코케인을 피우는 것이 코케인을 코로 흡입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니코틴 패치를 착용하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흡연은 약 물이 뇌까지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그러나 어떤 중독성 약물도 좋아하는 음식만큼 빨리 우리 뇌의 보상 회로를 작동시킬 수는 없다고 모스는 쓰고 있다.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가 뇌를 자극하는 데는 10초가 걸리지만 혀에 설탕을 살짝 묻히면 정확히 말 해 0.5초 또는 600밀리세컨드 조금 넘 게 걸린다”라고 설명한 그는 “담배보다 거의 20배 빠르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패스트푸드’라는 용어를 새로운 관점으로 만든다. “밀리 초 단위로 측정되는 중독성에서 가공식 품보다 뇌를 빨리 자극하는 것은 없 다”고 그는 말했다. 모스는 담배업계의 사람들조차 가 공식품의 강력한 유혹에 주목했다 고 설명한다. 1980년대에 필립 모리 스는 크래프트(Kraft)와 제너럴 푸즈 (General Foods)를 인수하여 쿨에이드 젤로(Kool-Aid Jell-O) 및 코코아 페블스(Cocoa Pebbles)와 같은 제품을 비롯해 칩스 어호이(Chips Ahoy) 및 오레오 쿠키와 같은 제품을 선보이며 국 내 최대의 가공식품 제조업체가 되었다. 그러나 회사의 전 법률고문이 자 부회장인 스티븐 C. 패리시는 자사의 초콜릿쿠키보다 자사의 담배를 끊는 것이 더 쉽다는 점이 걱정스러웠다 고 털어놓았다. “칩 한 봉지나 도리토스 또는 오레오가 주변에 있으면 위험 하다”고 말한 그는 “오레오 한 봉지를 열면 한두 개가 아니라 반 봉지를 먹어치우기 때문에 봉지를 여는 것조차 피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1990년대에 담배회사에 대한 소송 이 시작되면서 업계가 취한 방어 중 하나는 담배가 트윙키보다 더 중독 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필립 모리스는 법률 및 마케팅 정보를 수집하기 위 해 정기적으로 대중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으며 1988년의 특정 설 문조사는 사람들에게 중독성이 있다 고 생각하는 항목을 말하게 한 다음 1~10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10점이 가장 중독성이 있는 것이다.

“흡연은 헤로인과 거의 비슷한 8.5점이었고, 과식이 7.3점으로 맥주, 진정제, 수면제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 통계는 담배가 무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회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사용되었지만 감자 칩 주문에는 악영향을 미쳤다”고 모스는 쓰고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은 담배가 아니며, 일부 전문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 들은 중독이라는 개념을 무시한다. 모스는 이러한 거부감이 부분적으로 중독이 수반하는 것에 대한 오해의 결과라고 말한다. 첫째, 물질이 모든 사람을 중독시키지는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코케인을 마시거나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존성을 보이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거나 진통제를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중독되는 것은 아니다. 중독의 증상은 사람마다, 그리고 약물마다 다를 수 있다.

미국정신과협회는 물질사용 장애를 진단하는 데 사용되는 11가지 기 준을 나열한다. 증상의 숫자에 따라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하다. 그 증 상 중에는 강박적인 갈망, 줄이고 싶 지만 줄이지 못하는 것, 해를 끼치는 데도 불구하고 물질을 계속 사용하는 것 등이 있다. 모스는 가공식품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산책하거나 친구에게 전화하기, 견과류 한 줌과 같은 건강 한 간식들로 일상적인 욕구를 극복 하는 간단한 전략을 시도 할 수 있다 고 말했다.<By Anahad O’ Con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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