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애프터 양 (After Yang 2022)

876

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과학이 발달하고 인공 지능이나 앤드로이드, 클론등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다가올수록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감정과 지적 능력도 뛰어난 앤드로이드가 있다면 과연 인간의 고유성과 어떻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

한국계 ‘코고나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애프터 양”은 ‘알렉산더 웨인스타인’의 단편집에 실린 “양과 작별하기”(Saying Goodbye to Yang)를 토대로 코고나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개성있는 연기파 배우

‘콜린 패럴’과 역시 한국계 젊은 배우 ‘저스틴 민’, 영국 배우 ‘조디 터너 스미스’등이 이별과 상실, 존재와 관계에 대해 차분하고 섬세한 연기를 펼친다. 보고나면 가슴이 먹먹하고 아련한 슬픔이 차 오른다.

때는 불분명한 근접 미래. 몇십년 지속된 미중간의 전쟁과 기후 변화등 생태계 재앙으로 인해 인간의 생식 능력이 저하된다. 힘들게 입양한 아이를 위해 언니나 오빠 역할을 하는 형제용 앤드로이드가 개발되고 가족의 유전자로 클론 아이들을 탄생시킨다. ‘제이크’와 카이라’는 운좋게 중국에서 갓난 여자 아기를 입양했다. ‘미카’라고 이름을 짓고 미카를 위해 오빠 역할을 할 아시안 앤드로이드 ‘양’을 들인다. 양은 미카를 정성껏 돌보고 키운다. 제이크와 카이라에게는 믿음직하고 지혜로운 아들이다. 미카가 초등학생이 되고 갑자기 양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늘 바쁜 부모를 대신해 양은 미카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제이크는 돈을 아끼려고 양을 중고품 파는 곳에서 품질 보증서와 함께 샀었다. 고장난 양을 고치기 위해 제이크는 원 제조 회사를 찾아 가서 문의한다.  제조사에서는 어차피 양의 몸은 부패될 것이니 새로운 모델로 교체할 것을 권한다. 양이 아닌 다른 앤드로이드는 생각할 수도 없던 제이크는 중고품 수리 전문가에게 간다. 그는 양의 몸에서 메모리 칩을 발견해서 제이크에게 건넨다. 제이크는 인공 지능과 클론등의 발달 과정을 연구 전시하는 “테크놀로지 박물관”의 전문가를 만나 칩을 보여준다. 연구원은 칩을 조사하고 양이 과거 ‘테크노사피엔’이라는 모델이었음을 밝힌다.  테크노사피엔은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억을 매일 몇십초 정도 저장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제이크는 양의 메모리를 재생시켜 양의 기억을 통해 식구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 미카가 아기였을 때 모습, 입양에 대한 미카의 질문에 지혜롭게 답변하는 양, 제이크가 열중하는 다도를 지켜보며 나누는 대화, 차 잎이 다기안에서 서서히 펼쳐지는 모습, 창으로 드는 햇살과 비오는 오후의 풍경등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낯선 젊은 여자의 모습도 보인다. 제이크는 양의 과거를 알기 위해 기억속의 여자를 찾는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다’. 양과 아이다는 데이트를 했단다. 제이크는 양의 전 주인 ‘낸시’를 찾아가지만 그녀도 양을 중고품으로 샀다고 말한다. 양은 제이크와 낸시 가족과 만나기 전에 어떤 싱글맘의 아이를 돌보았다.  나중에 그녀가 늙어서 요양원에 갔을 때도 그녀를 돌보았는데 거기서 그녀의 조카인 ‘아이다’를 만나 좋아하게 되었다. 현재의 아이다는 과거 아이다의 클론이자 손녀딸이다. 양은 수십년을 같은 모습으로 살면서 새롭게 만나는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면서 처음 사랑을 느꼈던 아이다를 현재에서도 만나 사랑하고 있었다. 양은 자신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인간과 어떻게 다른 지 고민했다. 죽음에 관한 대화를 카이라와 나누면서 양은 죽음 이후에도사랑과 기억은 이어질거라고 얘기한다.

제이크는 양을 살릴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양의 몸은 박물관에 기증하고 양의 기억은 보관하기로 결정한다.

분명 SF 쟝르인데 조용히 감정의 파고를 일으킨다. 미래에 외자녀를 위해 형제 자매가 되어 줄 인공지능 앤드로이드가 생상된다는 스토리는 설득력이 있다. 영화에서 양을 만든 회사 이름이 “브라더스 시스터스 “(Brothers Sisters) 인 것이 웃기지만은 않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앤드로이드가 온갖 역할을 해 낼 날이 멀지 않다고 보면 “ 와이브즈 허즈번즈”(Wives Husbands) 또는 “마더스 파더스”(Mothers Fathers)같은 회사들도 나오지 않겠는가. 절제된 건축미가 돋보이는 제이크네 집 내부와 소품과 의상이 정교하고 유려한 촬영이 뛰어나다.  놓치기 아까운  작품인데 코고나다  감독은 이 영화 후 바로 “파칭코”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