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더 기프트 (The Gift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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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현재를 살아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행한 잘못은 쉽게 잊으면서 내가 당한 불운이나 상처는 두고두고 곱씹는다.

과거라도 그냥 묻어둘 수만은 없다. 그 과거로 인해 지금이 있으니까.

‘사이먼’과 ‘로빈’ 부부는  남편 직장때문에 LA로 이사한다. 유산의 아픔을 잊고 멋진 집을 장만하고 사이먼의 고향인 LA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부부는 샤핑하던 중 사이먼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고르도’를 만난다.

고교시절 인기 많았던 사이먼은 처음에는 고르도를 기억 못한다. 고르도는 환영 선물로 비싼 와인을 부부의 집 앞에 놓고 간다. 그 이후로 고르도는  로빈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불쑥 나타나서 예기치 않은 선물을 한다. 집 연못에 고급스러운 잉어들을 풀어주고 케이블을 고쳐준다. 사이먼은 점점 고르도가 불편해진다.  고르도가 사이먼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부부는 화려한 맨션에 놀라는데 잔뜩 날이 선 사이먼은 고르도에게 더 이상 자기 부부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통보한다. 다음 날 연못의 잉어들이 모두 죽어있고 부부의 개가 사라진다. 로빈은 누군가가 자기를 쳐다보는 것처럼 느낀다. 점점 예민해진 로빈은 이웃에게서 훔친 처방용 안정제를 복용하고 정신을 잃는다.

며칠 후 개는 무사히 돌아오고 부부는 고르도에게서 정중한 사과 편지를 받는다. 하지만 로빈은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놔두겠다.”는 편지 귀절이 마음에 걸린다.  회사에서 승진을 앞둔 사이먼은 또 다른 경쟁자 ‘대니’의 뒷조사를 한다. 다시 임신한 로빈은 베이비 샤워에서 시누이를 만나 고르도에 관해 묻는다. 시누이는 고교때 고르도가 차에서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사건 이후 게이라고 소문이 나서 고르도의 아버지가 그를 산 채로 불에 태우려고 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로빈은 사이먼의 고교 절친이었던 ‘그레그’를 찾아간다. 그레그는 사이먼이 불리였고 끊임없이 고르도를 괴롭혔으며 폭행 이야기는 사이먼이 꾸며 낸 것이었음을 밝힌다. 사이먼의 거짓말로 고르도의 아버지는 아들 살인 미수로 감옥에 가게 되고 고르도의 집안은 풍지박산이 난다. 충격을 받은 로빈은  사이먼에게 환멸을 느끼는 데 사이먼은 승진이 결정된다. 하지만 경쟁자 대니를 거짓으로 모함한 것이 밝혀지고 사이먼은 해고 된다. 로빈이 아들을 출산한 날 사이먼은 고르도에게 마지막 선물 상자를 받는다. 그 안에  기절한 로빈을 침대로 옮기는 고르도가 찍혀있다. 태어난 아기는 과연 누구의 자식일까.

마치 히치콕의 작품처럼 서서히 조여 오는 긴장과 서스펜스가 쫄깃하다.

속을 알 수 없는 고르도의 어두움을 절제된 연기로 보여 준 배우 ‘조엘 에저턴’이 각본도 쓴 감독 데뷔작이다. 코미디 배우인 ‘제이슨 베이트먼’이 위선과 광기의 사이먼을 놀랍도록 설득력있게 연기했다. 개봉 당시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전개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우리 속에 있을 수 있는 이유없이 남을 괴롭히는 인간의 사악함과 잔인함을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