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돌봄에 관한 핵심 법칙(The Fundamentals of Caring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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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4월이 절반도 넘었는데 아직 춥고 나무들은 싹이 올라올 기미가 없다.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 올것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과 치솟는 물가, 여전한 바이러스의 위험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  삶이 툭 던져놓는 장애물과 불행을 견디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절실한 요즈음이다.

작가인 벤은 큰 비극을 겪고 글쓰기를 포기하고 아내의 이혼 요구도 회피한다.  그는 6주간의 훈련을 받은 후 간병인 자격증을 딴다.

그리고  싱글맘 ‘엘자’의 18살 아들 ‘트레버’의 간병인으로 고용된다.

트레버는 세살때 “뒤셴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근육을 쓸 수없어서 늘 휠체어를 타고 식사, 용변 보기, 목욕등 모든 일상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불편한 몸속에 갇힌 트레버는 까탈스럽지만 성숙하고 지적이며 시니컬하다. 절망의 터널을 건너고 있는 중인 벤과 트레버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에게 적응하고 서서히 교감하게 된다. 엘자 모자는 벤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것을 알게 된다. 간병인 경험이 전혀 없는 벤이 트레버와 가까워지자 엘자는 나중에 벤이 떠난 후 아들이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한다.

트레버는 미국 지도에 매료되었는데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이 소원이다. 세살때 엄마와 자기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계속 편지를 보내고 있지만 읽지 않는다. 트레버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구덩이”로 불리는 유타주, 솔트 레이크 시티에 있는 “케네콧”구리 광산에 가고 싶어 한다. 사실은 유타에 사는 친부를 보기 위해서다. 벤은 트레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엘자를 설득하고 자신의 차에 트레버를 태우고 유타로 떠난다. 생전 처음 집 밖을 나와 차로 여행하는 트레버는 휴게소에서 히치 하이킹을 하는 ‘다트’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다트는 아버지와 불화하고 새 삶을 살기 위해 ‘덴버’로 가는 중이다. 다트를 태우고 가는데 이번에는 차가 고장나 곤경에 처한 만삭의 임산부 ‘피치’를 만나고 그녀까지 태워준다. 네명은 트레버의 아버지를 만나지만

아들에게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편지도 사실은 엄마가 써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처받은 트레버는 벤에게 화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다트가 원래 목적지인 ‘세계에서 가장 깊은 구덩이’에 가자고 주장한다. 넷이서 목적지에 도착하자 피치가 산통을 시작하고 벤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산한다. 벤은 과거 자신의 부주의로, 주차한 브레이크가 풀려서 아들이 차에 치어 사망한 죄책감속에서 살았다. 자신의 손으로 새 생명을 받아 낸 벤은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다트는 딸이 걱정되어 뒤를 따라 온 아버지와 화해한다. 벤은 아내와의 이혼을 마무리하고 트레버를 주인공으로 새 소설을 쓴다.

마블 시리즈 ‘앤트맨’의 주인공 ‘폴 러드’가 깊은 내상을 입은 벤을 웃기고 잔잔하게 연기한다. 웨일즈 출신 배우 ‘크레이그 로버츠’의 휠체어를 탄 고독한 10대 독설가 트레버도 가슴을 울린다. 흥미로운 것은 요새 헐리웃 대세인 ‘듄”의 주인공 ‘티모테 샬라메’도 트레버역으로 오디션을 봤지만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셀레나 고메즈’의 반항적이고 따뜻한 다트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탄탄한 스토리와 벤과 트레버의 케미가 유쾌하다. 큰 기대없이 봤다가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상영중이니 꼭 찾아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