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 2003)

2040

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넷플릭스에는 과거 흥행작들도 꾸준히 올라온다. 오래 전에 극장에서 보고 잊고 있었던 대작들을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 다시 보면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영화는재미와 볼거리가 많고 배우들 연기나 셋트 디자인, 의상, 소품, 실감나는 대규모 전투 씬등 상업 영화로서 훌륭했는데 일부 비평가와 특히 한국 관객들에게 일본 사무라이 전통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주인공을 맡은 ‘톰 크루즈’와 상대역 일본 배우 ‘켄 와타나베’의  케미가 좋고 촬영과 음악도 훌륭하다.  당연히 일본에서 미국보다 더 흥행에 성공했고 미국 영화로서 이례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1876년, 남북전쟁 참전 용사인 ‘알그렌’(톰 크루즈)은 전쟁중 명령에 따라 인디언들을 학살한 과거때문에 죄책감으로 술에 쩔어 살아간다.  한편 일본은 젊은 황제가 등극하고, 황제의 측근들은 대대로 내려 온 지방 영주들과 사무라이들을 제거하고 서방과 교역을 주도해서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  황제의 최측근  ‘오무라’는 알그렌에게 일본에 가서 새롭게 창설한 황실 군대에게 서구식 무기 사용법과 군대 훈련을 시켜주는 댓가로 큰 돈을 제시한다. 자포자기인 알그렌은 옛동료인 ‘간트’와 일본에 건너 가고 통역사

‘그레함’을 만난다. 하지만 새 군인들은 전쟁 경험이 전무한 징집된 농민들이다.  기초부터 훈련을 시키는 도중에 사무라이들이 오무라 소유의 철도를 습격하고 오무라는 황실 군대를 보내라고 명령한다. 전혀 준비가 안 되었다는 알그렌의 항의에도 오무라가 군대를 보내고 결국 참패한다.

부상당한 알그렌은 사무라이 리더 ‘카츠모토’의 배려로 목숨을 건지고 포로가 되어 그들의  마을로 이송된다. 알그렌은 카츠모토의 여동생 ‘타카’의 간호로

회복이 되면서 사무라이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진다.  충성과 명예, 의리를 소중히 하고 동료와 주민들을 애정으로 다스리는 카츠모토를 보면서 알그렌도 그에게 동화된다. 오무라가 보낸 자객들의 습격으로 죽을 뻔한 카츠모토를 알그렌이 구하고 카츠모토는 알그렌과 함께 황제를 만난다.

오무라의 꼭둑각시가 된 황제는 대대로 충성한 카츠모토에게 누명을 씌워 사무라이 전통인 “셋푸쿠”(할복)을 명하지만 알그렌의 반대로 무산된다. 신식 무기로 무장한 황실 군대가 카츠모토 마을을 습격하고 알그렌은 사무라이들을 이끌고 용감히 싸운다. 서양 화력 무기에 사무라이들이 꽃잎처럼 마구 스러진다.  과거에 알그렌에게 훈련을 받았던 황실 군대의 장교는 일방적인 살육에 발포 중지를 명한다. 겨우 목숨이 붙은 카츠모토는 알그렌의 도움으로 할복하고 마지막 사무라이의 죽음에  황실 군대와 살아남은 자들 모두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한다. 며칠 뒤 부상을 입은 알그렌은 황궁에 가서 카츠모토의 검을 황제에게 전하며 카츠모토와 사무라이들이 그들의 전통을 지키고  명예롭게 죽었음을 기억해달라고 요청한다. 알그렌은 카츠모토의 마을로 돌아간다.

후지산을 닮은 타라나키 산이 있는 뉴질랜드 타라나키 지역에서 주로 촬영이 이루어졌는데 우거진 숲과 빼어난 경관이 압도적이다. 수많은 일본 배우들과 미국인 스탭들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한국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영화가 나올까 생각했었다. K 컨텐츠의 힘이 세상을 휩쓸고 있는 지금 이 영화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벛꽃이 흐드러지게 날리고 카츠모토가 알그렌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은 지나칠정도로 감상적이지만 색감이 뛰어나고 몽환적이다. 한창 때의 톰 크루즈는 거의 모든 장면을 스턴트 없이 직접 연기했다. 갑옷 입은 모습이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