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러빙 (Loving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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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전쟁 같았던 작년 한해 전염병으로 온 세계가 신음했지만 미국은 인종 차별과 증오라는 지긋지긋한 불치병으로 더 고통스러웠다. 인간이 귀하고 평등하다는 건 성경이나 헌법에 씌어진 문구일 뿐 우리는 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한 미국이지만 흑인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아시안 이민자인 우리가 자녀들을 결혼시킬 때 피부 색깔에서 자유스러울 수 있을까. 법으로 타인종간(백인과 흑인 사이의) 결혼을 금지하는 버지니아주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승리한 1967년

“러빙 대 버지니아” 판결을 토대로 한 감동적인 영화를 소개한다.

1958년 버지니아주. 흑백 분리가 심한 캐롤린 카운티의 한적한 시골.

과묵한 백인 벽돌공 ‘리차드 러빙’은 아름다운 흑인 처녀‘밀드레드’와 사랑에 빠진다. 교외에 땅을 산 리차드는 그 곳에 집을 짓고 밀드레드와 가정을 꾸릴 계획에 행복하다. 당시 버지니아는 흑백 결혼을 금지하는 24개주 중에 하나여서 두사람은 워싱턴에서 결혼한다. 한 밤중에 마을 세리프가 들이닥치고 법을 어겼다고 부부를 잡아 감옥에 가둔다. 리차드는 다음 날 풀려나지만 밀드레드는 임신한 몸으로 감옥에 남게된다. 변호사는 유죄를 인정하고 버지니아를 떠나서 살라고 조언한다. 부부는 법원에서 최소 25년은 버지니아로 돌아오면 안된다는 통보를 받고 풀려난다. 워싱턴으로 이주한 부부는 밀드레드의 출산이 임박하자 산파인 리차드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몰래 돌아 와 아기를 낳는다. 결국 또 세리프에게 들키고 변호사의 도움으로

감옥살이는 면한다. 워싱턴에 살면서 아이들이 더 태어나고 밀드레드는 고향의 자연과 넓은 대지를 그리워한다. 1966년, 텔레비젼에서 역사적인

워싱턴 행진을 본 밀드레드는  당시 법무장관인 ‘로버트 케네디’에게 편지를 보낸다. 케네디 장관은 그들을 “아메리칸 시민 자유연맹”과 연결시키고

‘코헨’변호사와 헌법 전문가 ‘허슈코프’가 부부의 케이스를 맡는다. 코헨과 허슈코프는 러빙 케이스가 앞으로 인종간 불평등 케이스를 뒤집을 획기적인

사건이 될것을 확신하고 맹렬하게 싸운다. 러빙 케이스는 ‘라이프’매거진에도 대서특필되고 전국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버지니아주 대법원이 이 사건을 기각하자 연방 대법원에 항소하고 결국 만장일치로  타인종간 결혼 금지법이 헌법에 위배라는 판결을 받는다. 고향에 돌아 온 리차드 부부는 중단되었던 집을  완성한다. 리차드는 7년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밀드레드는 남편이 죽은 후 그들의 집에서 죽을 때까지 홀로 지낸다.

실화를 토대로 한 스토리가 힘이 있고 두 주연 배우가 조용히 가슴을 친다.

아내를 사랑하며 허리를 굽히고 묵묵히 벽돌을 쌓는 무식하고 순박한 리차드를 연기한 ‘조엘 에저튼’은 실물과 최대한 닮기 위해 머리를 탈색하고

의치를 끼고 버지니아 액센트를 연습했다. 그 결과 촬영장을 방문한 리차드 부부의 딸이 배우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라고 불렀단다.

조용하며 강인한 밀드레드를 연기한 ‘루스 네가’ 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힘없는 약자들의 용기와 신념으로 역사가 조금씩 바뀐다. 굴하지 않는 사랑 또한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이니 꼭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