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레옹 (Leon : The professional 19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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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킬러 영화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지만 고독한 킬러는 무척 낭만적이다. 킬러 영화의 주인공들은 보통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래서 왠지 슬프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프랑스 영화  “사무라이”(1967)에서 무표정한  냉미남 ‘알랭 들롱’이 연기한 살인 청부업자 ‘제프 코스텔로’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가장 매혹적인 킬러로 남아있다.  “니키타”, “제 5 원소”등  화려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을 연출한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은 잊지 못할 또 다른 킬러 ‘레옹’을 만들었다. 옆집 아저씨 같은 프랑스 배우 ‘쟝 르노’와 겨우 11살 때 이 영화로 데뷔한 ‘나탈리 포트만’ 이 환상의 콤비를 이루고 마약 중독자의 광기와 부패 경찰의 카리스마를 압도적으로 연기한 ‘개리 올드만’이 돋보인다.

30년이 흘렀지만 세련된 스타일과 폭력에 깃들인 낭만과 사랑, 영화에 흐르는 스팅의 감미로운 “Shape of My Heart”가 아련하게 심금을 울린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이다.

뉴욕의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레옹’은 전문 킬러. 마피아 단원 ‘토니’에게 지령을 받고 임무를 완수하는데 일이 없을 때는 맨손 체조를 하거나 화분의 식물을 돌본다. 레옹은 같은 층에 사는 검은 머리의12살 소녀 ‘마틸다’와 마주친다. 폭력적인 계부와 매춘부같은 엄마와 언니와 어린 남동생이 있는 마틸다는 학교에서 정학당하고 늘 혼자이다. 한편 본인이 중독자인 마약 단속국 요원 ‘스탠스필드’는 마틸다의 계부에게 돈을 주고 자신이 사용할 마약을 몰래 보관하게 한다. 마약 일부를 빼내 외부에 팔던 계부는 팀원을 끌고 들이닥친 스탠스필드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약에 취한 스탠스필드는

마틸다의 가족 전부를 샷건으로 죽인다. 식료품을 사러 나갔던 마틸다는  피비린내 나는 현장을 보고 침착하게 레옹의 방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한다.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싫지만 레옹은 할수없이 마틸다를  받아 들인다. 조숙하고 영리한 마틸다는 레옹의 아파트에 지내면서 그의 직업을 알아채고 자신에게도 기술을 전수해 달라고 애원한다. 사랑하는 남동생의 원수를

갚을 결심이다. 레옹은 평온한 삶을 흔드는 마틸다를 살해할 생각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품에 거두기로 한다. 마틸다에게 여러 종류의 무기 사용법을 훈련시키고 그녀는 대신 청소와 장보기, 글을 가르쳐 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틸다는 레옹을 존경하고 가족같은 사랑을 느낀다. 레옹이 임무를 위해 외출한 사이 마틸다는 레옹의 무기를 가지고 홀로 마약 단속국에 가서 복수를 시도하다가 잡힌다. 레옹이 그녀를 구해서 나오지만 그 과정에 직원 두명이 죽게된다. 스탠스필드는 토니를 고문해서 레옹의 거처를 알아내고 경찰 특수 팀을 보내 아파트를 급습한다. 레옹은 벽에 구멍을 내서 마틸다를 탈출시키며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스탠스필드의 명령으로 아파트 건물 전체가 폭파되는데 가까스로 빠져나온 레옹은  스탠스필드의  총에 맞는다. 레옹은 죽어가면서 수류탄으로 스탠스필드를 처치하고 마틸다의 복수를 대신한다.

마틸다는 토니에게서 레옹이 자신이 죽으면 그의 돈을 마틸다에게 주라고 부탁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 마틸다는 학교로 돌아가고 레옹이 키운 식물을 화단에 심는다.

레옹은 냉정한 킬러인데  따뜻하다. 길잃은 새끼 고양이 같은 소녀를 받아들여 보살피고 보호하다가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 레옹이 마틸다에게 어떻게 킬러가 되었는지 얘기해 주는 씬은 덤덤하고 애잔하다. 공전의 힛트를 한 한국 영화 “아저씨”의 원조 격인  작품인데 스토리, 촬영, 음악, 배우들의 연기가 빼어난 수작이다. 될 성 싶은 떡잎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은 연기 장인 두 아저씨 배우들 사이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고 감탄할 만한 존재감을 뽐낸다.

멋진 스타일을 갖춘 감성적이고 매력적인 킬러 무비로 가을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