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빅 아이즈 ( Big Eyes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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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오래 전에 평범하고 착하기만 한 여주인공이 불행을 겪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몇년 후 유명한 아티스트가 되어 금의환향하는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클리셰 범벅인 내용이지만 성공한 주인공의 그림이 가방, 인형, 쿠션등 각종 소품으로 만들어져 전시되는 부분에서 눈이 즐거웠다. 꼭 어디서 본 듯한 특별히 눈이 큰 여자, 아이들을 그린 작품에 관심이 갔다. 드라마 제작에 화가와도 협업을 하는구나 싶었다. 나중에 영화 “빅 아이즈”를 보면서 과거 한국 드라마에 나왔던 그림들이 아메리칸 아티스트 ‘마가렛 킨’의 작품을 모방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리프로덕션으로 만들어져 1950년대 부터 60년대에 걸쳐 미국에서 대현상을 일으켰을 정도로 유행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녀의 재능을 도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오랫동안 사기를 쳤던 한 남자의 거짓과 탐욕이 숨어있다.
1950년대, 샌프란시스코. 화가인 마가렛은 아트 쇼에서 파리 풍경 화가이자 미술 중계상 ‘월터 킨’을 만난다. 딸 ‘제인’의 양육권을 두고 남편과 이혼 소송중이던 마가렛은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고 친절한 월터에게 호감을 가진다. 이혼이 성립되고 딸의 양육권도 얻은 마가렛은 월터와 재혼한다. 유명 저널리스트가 우연히 마가렛이 그린 눈이 큰 소녀의 그림에 관심을 갖자 월터는 자신이 그린 것으로 하고 비싼 값에 그림을 판다. 그리고 마가렛을 설득해서 월터의 이름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게 한다. 월터는 자신의 이름으로 갤러리를 열고 마가렛의 그림은 큰 인기를 끈다. 월터는 마가렛의 그림을 싼 리프로덕션으로 대량 생산해서 막대한 돈을 번다. 월터는 유명인이 되어 셀럽들과의 소셜 라이프를 즐기는 동안 마가렛은 집에 쳐박혀 계속 그림만 그리게 된다. 월터의 요구대로 딸에게 조차 월터가 그림을 그린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고립감을 느끼던 마가렛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월터는 그림을 그만두면 모녀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술 취한 월터의 실수로 집에 불이 나자 마가렛과 제인은 함께 도망쳐서 하와이에 정착한다. 일년 후 마가렛은 라디오에 출연해서 ‘빅 아이즈’그림들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히고 이는 전국적인 뉴스가 된다. 월터는 마가렛을 정신병자로 몰아가고 마가렛은 월터를 고소한다. 법정에서 판사는 두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명령하는데 월터는 온갖 핑계를 대고 마가렛은 조용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다. 소송에서 이긴 마가렛은 샌프란시스코에 돌아 와 자신의 이름으로 갤러리를 열고 마음껏 그림을 그린다. 월터는 죽는 순간까지 자기가 진짜 화가였다고 주장한다.
연기파 배우 ‘에이미 아담스’는 마가렛역으로 이듬해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탔다. 그녀의 조용하고 열정적인 마가렛과 아울러 ‘크리스토프 월츠’의 교활하고 이기적인 월터의 조합이 탁월하다. 우리에게 눈에 익은 ‘빅 아이즈’ 작품들의 탄생 과정이 흥미롭다. 영화속 그림들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넷플릭스에서 현재 방영중이니 찾아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