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언노운 (Unknown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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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춥고 눈 내리는 겨울의 베를린을 걷고 뛰고 돌아다니며 스릴과 액션을 즐겨보면 어떨까. 선 굵고 메마른 표정의 ‘리암 니슨’이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
거대한 악과 싸우는  흥미 만점의 영화로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이다.
‘마틴 해리스’박사는 아내 ‘리즈’와 생명공항 학회에 참석차 베를린에 도착한다. 서류가방을 공항에 두고 온 것을 알고 다시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강물에 빠지는데 운전수가 구해주고 사라진다.  혼수상태였다가 병원에서 눈을 뜬 마틴에게 의사는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이거나 지금 기억도 정확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마틴은 TV 에서 학회에 관한 뉴스를  보고 회의가 열리는 호텔로 가지만 아내인 리즈는 그를 모른다고 한다. 게다가 리즈옆에는 낯선 남자가 마틴 해리스라고 주장한다.  자신을 증명할 것이 전혀 없는 마틴은 회의장에서 쫒겨난다.  미국에 있을 때 업무차 통화를 했던 독일 교수 연구소도 찾아 가지만 어느 새 그 곁에 다른 마틴이 있고 둘이 통화한 내용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
마틴은 자신의 간호원이 알려준 구동독 비밀경찰이었던 탐정 ‘유르겐’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노련한 유르겐은 마틴의 얘기를 듣고 조사에 착수한다.  마틴은 자신을 구한 불법체류자 택시 운전수 ‘지나’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지나는 마틴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자신이 마틴 해리스인데 세상은 아니라고 한다. 답답한 마틴은 자신이 신뢰하는 동료 ‘로드니’에게 전화를 걸어 베를린에 와 줄것을 부탁한다. 또 리즈가 사진 전시회에 가는 것을 알고 전시회장에 나타난다. 마틴을 부인하던 리즈는 나중에 공항에서 만나자고 약속한다.  마틴은 지나의 도움으로 공항에 두고 온 서류가방을 찾는다.  그 속에는 사진만 붙이면 완성되는 미국 여권들과 수천불의 유로화가 들어있다. 도대체  마틴의 정체는 누구인가. 베를린에 도착한 로드니는 마틴의 진짜 신분을 밝히고 마틴은 믿을 수가 없다. 혼란스러워하는  마틴을 로드니의 부하가 살해하려는 데 지나가 차로 밀어부쳐 구한다. 죽을 뻔했던 마틴은 과거를 전부 기억해 내고 치밀하게 준비된 암살을 막기위해 회의장으로 달려간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옥수수 품종이 발표되는 순간, 한 쪽에서는 리즈와 다른 마틴이 비밀리에 장치한 폭탄이 재깍거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실체를 알게 된 마틴은 수백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까.
영화는 처음부터 잠시도 한 눈을 팔 수없게 한다. 사고 후 눈을 뜨니 외국의 병원 침대이고 나를 증명할 아무 것도 없다면. 사랑하는 아내가 나를 모른다고 한다면.  낯선 사람이 나라고 주장하며 나의 모든 것을 소유한다면.
미치고 팔짝 뛸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며 펼쳐지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탄탄하다. 촘촘히 복잡하게 얽힌 플롯과 예상을 뒤집는 반전 특히 마지막에 드러나는 마틴의 과거가 압권이다. 겨울의 베를린은 골목길, 택시, 지하철, 옛 건물들 까지 쓸쓸하고 무겁다. 우편 엽서처럼 정교하고 차갑게 찍은 촬영도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