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쨍하고 해뜰 날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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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조울증이 있는 ‘팻’은 8개월간의 정신 병원 생활을 마치고 부모 집으로 들어온다. 고등학교 교사인 팻은 욕실에서 아내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고 상대 남자를 죽도록 팼다. 법원은 그의 폭력적인 분노 조절 장애를 이유로 정신 병동 입원을 명령했다. 그러다 부모의 보호 감찰과 정기적인 정신과 방문을 조건으로 퇴원한다. 팻은 전처와 화해하고  망가진 자신의 삶을 다시 복구할 결심을 하지만 접근 금지 명령으로 전처와는 연락조차 할 수 없다. 어머니는 불안정한 아들을 따뜻하게 감싸지만 걱정이 많고 늙은 아버지도 골칫거리다.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광팬인 아버지는 온갖 징크스와 미신을  믿으며 이글스의 시합 때마다 돈을 걸고 내기를 한다. 팻은 친구 ‘로니’의 집에서 자신보다 더 위태로워 보이는 로니의 처제 ‘티파니’를 만난다. 티파니는 남편이 사고로 죽고 지독한 우울증으로 직장의 모든 동료들과 잠자리를 했다. 그 때문에 해고되고 현재 백수. 팻은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티파니가 불편하다. 티파니는 첫 만남 때부터 팻에게 적극적인데 팻의 전처와도 아는 사이다. 팻은 자신의 편지를 전처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티파니는 그 댓가로 댄스 경연대회에 파트너로 참가할 것을 요구한다.  두 사람은 매일 춤 연습을 하고 이글스도 경기를 치루게 된다. 이글스에 돈을 건 아버지는 아들이 경기장에 나가면 행운이 따른다고 믿고 팻을 설득한다. 팻은 연습을 빠지고 경기장에 가지만 상대팀 관중과 싸움이 일어나 시합도 못보고 쫒겨난다. 이글스가 참패하고 돈을 잃은 아버지는 대노한다. 이때 티파니가 연습을 빼먹은 팻을 비난하며 그가 자신과 있을 때마다 이글스가 승리했던 경기 내용을 정확하게 읊는다. 이글스가 진 것은 팻이 자기와 같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티파니의 논리에 설득당한 아버지는 곧 열릴 이글스와  달라스의 경기에 다시 돈을 건다. 이번에는 댄스 대회 결과도 포함시킨다. 이글스가 달라스를 이기고 팻과 티파니가 대회에 나가 10점 만점에  평균 5점을 기록하면 잃은 돈의 두배를 돌려받는다. 결전의 날, 티파니와 팻은 다른 참가자들의 현란한 연기 속에서 두사람의 춤을 성실하게 보여준다. 심사 결과 더도 덜도 아닌 평균 5점이 나오고 이글스는 달라스를 이긴다. 팻은 티파니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2013년 오스카 작품상, 감독상 포함 주요 8개부문 후보였다.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티파니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가 겨우 22살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팻을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도 뛰어나다. 아물지 않은 흉터와 구멍 숭숭 뚫린 심장을 가진 남자와 여자. 영혼과 육신이 망가진 팻이 자기보다 더 불행하고 상처투성이인 티파니를 통해서 서서히 치유되고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 웃기고 따뜻하다. 모든 인물들이 기발하고 조화로운데 특히 아버지역 ‘로버트 드 니로’의 과장되고 코믹한 연기가 일품.  구름 뒤에 숨어있는 햇빛같은 제목도 희망을 준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