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캡틴 판타스틱 (Captain Fantastic 2016)

2006

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코로나로 작년은 아이들이 학교를 거의 가지 못했다. 킨더가든부터 하이스쿨까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했던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국 교육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부모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홈스쿨링을 해왔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고민하고 갈등하며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다. 남들과 다른 가치와 기준으로 자식들을 키우는 것은 용기와 신념을 필요로 한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삶과 가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위로, 특히 좋은 부모가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한 가장을 통해 웃음과 희망을 주는 따뜻한 영화를 소개한다.

젊은 시절 좌파 무정부주의자였던 ‘벤’과 ‘레슬리’부부는 자본주의에 물든 미국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워싱턴주 산악지대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육남매 를 낳아 키운다. 전직 변호사이고 학식이 깊은 부부는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폭넒은 독서와 토론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고 사냥, 등반, 격투기, 농작물 재배등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도록 훈련시킨다. 아이들은 현대 사회와 고립되어 자연속에서 지성과 체력을 갖춘 인격체로 자란다. 레슬리의 조울증이 심해지자 벤은 자신의 여동생이사는 도시의 요양원에 아내를 입원시킨다. 벤은 아내 몫까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고 첫째 아들 ‘보’와 둘째, 셋째, 넷째는 벌써 십대가 되어 사춘기를 겪기 시작한다. 하지만 레슬리가 자살하고 딸의 죽음이 사위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장인은 벤에게 장례식에 오지 말라고 통보한다. 불교신자였던 레슬리는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하고 화장실 변기에 재를 흘려보내라는 유언을 남겼다. 벤과 육남매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집행하기로 결정하고 낡아빠진 밴을 타고 장례식장에 간다. 도시에 도착한 아이들은 처음 접하는 세상에 놀라움과 충격으로 신기해 한다. 크리스천인 장인 부부는 딸의 유언을 읽는 벤을 장례식장에서 내쫒는다. 세상에 노출된 사춘기 자녀들은 아버지의 양육 방식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품고 맞서고 넷째는 외조부와 살겠다고 선포한다.

레슬리는 죽기 전에 장남의 아이비 리그 입학 수속을 도왔는데 아들은 합격 통지를 받는다. 자식들의 항의에 벤은 아이들의 친권을 장인에게 넘기고 홀로 산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은 외조부모의 사랑과 후원을 깨닫지만 아버지와 살기로 결정한다. 벤과 아이들은 레슬리의 시신을 화장한다. 장남은 대학에 가는 대신에 보다 넓은 세상을 배우기 위해 ‘남비아’로 떠나고 남은 아이들은 벤과 통나무집에 살면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다.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이었던 ‘비고 몬텐슨’의 벤이 활기차고 다정하다. 6명의 아역 배우들의 앙상블도 뛰어나다. 훌륭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정답이 없는 이 질문은 오랜 세월 우리에게 주어진 화두일 것이다. 돌아보니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늘 자신이 없었고 뒤돌아서서 후회도 많이 했다. 주관이 뚜렷하지 못했던 나는 권위와는 거리가 먼 늘 흔들리는 부모였다.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은 편안하다. 나는 젊은 시절의 내가 부럽거나 그립지 않다. 엄마 노릇이 제일 어려웠다.  벤과 레슬리처럼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창의적인 스토리가 탄탄하고 숲속 촬영도 빼어나다. 우리는 모두 아이이고 어른이고 자식이고 부모라서 벤의 고군분투에 공감하고 응원을 보낸다.

개성 만점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웃음과 감동이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