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크림슨 피크 (Crimson Peak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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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내 최애 감독중 한명은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이다. 그의 독특하고 기괴하고 화려한 색감의 영화들은 스토리와 촬영에서 관객의 정신을 빼놓는다. 2006년작 “판의 미로”를 보고 홀딱 반해서 그의 전작 “헬보이”까지

찾아 보았었다. 엉뚱하고 발칙한 내용과 어디에도 없을 안티 히어로의 활약을 보며 각본까지 쓴 감독의 재능에 감탄했다. 벙어리 여자와 양서류 남자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물의 모양”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화면이 마치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움직이는 활동사진으로 보는 느낌이 든다. 그의 개성이 잘 살아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붉고 어둡고 비밀과 집착과 광기가 어우러진 스타일리시한 공포영화로 감독의 아찔하고 충격적인 캔버스에 연기파 배우들( 톰 히들턴, 미아 와시코우스카, 제시카 채스테인)의 앙상블이 매력적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

1887년 버팔로, 뉴욕. 자수성가한 부호의 어린 상속녀 ‘이디스’는 죽은 엄마의 유령에 시달린다. 엄마는 ‘크림슨 피크’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1901년,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작가 이디스는 핸섬한 영국 귀족 ‘토머스 샤프’를 만난다. 토머스는 자신의 점토 채굴 기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누나인 ‘루실’과 미국에 왔다. 자산가 이디스의 아버지를 만나 사업에 대해 설명하지만 거절당한다. 토머스가 이디스에게 접근하고 순진한 이디스는 그에게 빠져든다. 아버지와 이디스의 소꿉 친구인 ‘알란’은 이런 이디스를 걱정한다. 아버지는 사람을 시켜 토머스 남매의 뒷조사를 한 후에 토머스에게 돈을 주고 딸과의 관계를 끝내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디스의 아버지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토머스와 이디스는 결혼을 하고 토머스의 본가인 영국의 ‘앨러데일 홀’에 도착한다. 붉은 점토 언덕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토머스의 오래된 저택은 바람과 눈비에 침식되어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분위기이다. 저택의 안주인 루실은 처음부터 이디스에게 쌀쌀맞게 대한다.

이디스는 붉은 유령을 보고 기괴한 소리와 이상한 현상들을 목격한다.

신경이 예민해진 이디스에게 루실은 독성이 있는 차를 마시게 한다. 이디스는 토머스의 저택이 붉은 점토 때문에 ‘크림슨 피크’로 불리운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남편과 각방을 쓰던 이디스는 피를 토하며 점차 쇠약해진다. 기분전환을 위해 남편과 외출을 한 이디스는 동네 우체국에서 토머스네 주소로 이태리에서 온 편지를 발견한다. 눈을 맞은 두 사람은 처음으로 밤을 같이 보내고 루실은 몹시 화를 낸다. 결국 루실의 키를 훔쳐 저택의 곳곳을 조사하던 이디스는 토머스 남매의 비밀을 알게 된다. 토머스는 과거에 이태리 여자를 포함 세번이나 부유한 상속녀와 결혼을 했다. 남매는 결혼 후 그녀들을 살해하고 유산을 차지한다. 루실은 모든 사실을 안 이디스를 발코니에서 밀어서 다리를 부러뜨린다. 친구 알란은 토머스의 과거를 알고 이디스를 구하기 위해 토머스 저택에 도착한다.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토머스는 자신을 평생 조종했던 루실을 반대하고 알란과 이디스를 탈출시킨다. 질투와 분노에 휩싸인 루실은 토머스를 죽이고 이디스를 쫒지만 토머스의 유령이 이디스를 돕고 루실은 이디스에게 죽는다. 몇년 후 이디스는 소설 ‘크림슨 피크’를 출간한다.

델 토로 감독 작품답게 미술과 소품, 의상과 음악이 뛰어나다. 남매의 저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살아있는 캐릭터가 된다. 창백하고 순수한 얼굴의 ‘미아 와시코우스카’의 이디스와 욕망과 파워와 광기를 절제하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루실의 대비가 팽팽하다. 중간에서 젠틀한 매력남 ‘톰 히들턴’의 토머스는 우아하다. 붉은 빛 범벅의 세련되고 으스스한 공포 심리 영화로 재미와 만족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