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프론트 커버(Front Cov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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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헐리웃에서 아시안 배우들은 대부분 비중이 작은 조연이고 히스패닉이나 흑인에 비해 주인공 역할을 맡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아시안 가정이나 인물간의 서사를 표현할 때 여전히 백인 관점에서 묘사되어 우리 눈에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울 때가 많다. 아시안 작가와 감독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아시안 성소수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전멸이다.

1994년 오스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였던 ‘앙 리’ 감독의 “결혼 피로연”

(The Wedding Banquet) 이후 정체성 이슈가 아닌 한 인간의 진정한 자아 발견의 여정으로  가족, 갈등, 사랑, 두려움과 좌절등을 솔직하고 사려깊게 보여주는 웰메이드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상영중이다.

뉴욕에서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라이언 푸’는 자신이 게이임을 숨기지 않는다. 반듯한 외모와 실력, 열정으로 무장하고 극심한 경쟁속에서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자신이 스타일링한 모델의 사진이 패션 잡지 프론트 커버에 실리는 것이 꿈이다. 어렸을 적 받았던 차별과 놀림때문에 상처가 있고 중국에서 이민 온 부모가 아직도 네일 샾을 하면서 손님들 발을 닦는 것이 싫다. 일부러 아시안 문화와 담을 쌓고 데이트도 백인 남자들과 한다.

한편 중국의 대스타 ‘치 샤오 닝’이 화보 촬영을 위해 뉴욕에 오고 백인 스타일리스트가 마음에 안든다며 중국인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한다.  라이언의 보스는 거액의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한 닝을 위해서 라이언을 전담으로 붙인다. 차이나타운의 중국 식당에서 닝을 처음 만난 라이언은 시끌벅적한 여자들에 둘러싸여 기름진 음식을 손으로 먹는 그에게 기겁한다.  닝은 라이언이 준비한 스타일링 샘플을 보고 중국의 문화가 전혀 없다고  퇴짜놓는다. 까다롭기만 한 닝에게 화가 난 라이언은 보스에게 항의하고 이 일을 잘 마치면 다음 잡지 프런트 커버 자리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시간이 촉박해지자  라이언과 닝은 의상 준비를 하느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비로소 서로를 이해한다.

 

라이언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소파에서 잠이 든 다음 날, 갑자기 찾아온 라이언의 부모는 닝을 보고 아들의 연인으로 오해한다. 엄마는 아들이 그동안 백인 남자만 사귀었는데 드디어 중국인을 만났다고 좋아하고 닝은 아들을 사랑하는 부모의 오해에  맞춰주면서 가족같은 시간을 보낸다. 화보 촬영때 사진 작가가 라이언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에 화가 난 닝은 현장을 박차고 나온다.  닝은 그동안 감춰왔던 라이언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고 둘은 함께 밤을 보낸다. 서로 사랑하게 된 두사람은 모처럼 행복하고 닝은 같이 중국에 가자고 권한다. 하지만 둘의 사진이 중국 타블로이드에 실리고 동성애를 비난하는 중국에서 닝은 배우로서 위기에 처한다. 라이언은 기자 회견에서 자신이 게이임에도 편견없이 그를 받아들인 닝의 인격을 칭찬하고 둘 사이는 우정이라고 발표한다. 구원받은 닝은 라이언에게 감사하고 중국으로 떠난다.

‘레이 융’ 감독이 각본을 썼고 한국계 배우 ‘제이크 최’가 커리어와 사랑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라이언을 매력적으로 연기한다. 대륙의 인기 배우로 본모습을 숨기고 살다가 라이언을 만나면서 서서히 그에게 빠져드는 변화를 미묘한 표정과 눈빛으로 표현한 ‘제임스 첸’의 닝도 좋다. 복잡하고 활기찬 차이나타운 , 화보 촬영 현장, 바쁘고 고독한 뉴욕 도심지를 찍은 촬영이 세련되고 음악과 노래도 잘 어우러진다. 아들의 연인 닝을 격려하며 식구로 받아들이는 늙은 부모를 보면 괜히 눈물이 난다. 두 노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따뜻하다. 재미와 유머, 잔잔한 여운이 남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