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하우스 오브 구찌( House of Gucci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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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예고편을 본 순간부터 손꼽아 기다렸다. ‘레이디 가가’의 강렬한 표정과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두 노배우를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다.

두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임에도 몰입해서 보았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명품 브랜드 구찌 가문 사람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사랑과 욕망, 음모와 배신, 명성과 몰락 그리고 살인이라니 얼마나 매혹적인가.

1978년, 아버지의 트럭 회사에서 경리일을 보는 25세의 ‘파트리치아’는 파티에서 내성적인 법대생 ‘모리치오 구찌’를 만난다.  모리치오는 구찌의 50% 지분을 가진 ‘로돌포 구찌’의 외아들. 파트리치아는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쳐 모리치오와 데이트를 시작한다. 로돌포는 파트리치아의 배경과 교양없음을 지적하며 아들에게 계속 파트리치아와 관계를 이어가면 상속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협박한다. 파트리치아를 사랑하는 모리치오는 유산을 포기하고 그녀와 결혼한다. 모리치오는 장인의 트럭 회사에서 일하며 만족한 삶을 살지만 파트리치아는 남편을 구찌의 후계자로 만들 결심을 한다.

파트리치아는 임신을 계기로 시아버지의 마음을 풀고, 모리치오를 사랑하는 삼촌 ‘알도’와 친해지면서 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된다. 지병을 앓던 로돌포가 사망하자 유일한 상속인인 모리치오가 회사 지분 50%와 그의 재산을 물려받는다. 로돌포는 상속 서류에 싸인하기 전에 죽었는데 파트리치아는 로돌포의 싸인을 위조한다. 회사 경영에 관심이 없던 모리치오는 이제 구찌의 경영자가 되는데 나머지 50% 지분은 삼촌 알도와 그의 아들 ‘파올로’에게 있다. 무능한 디자이너인 파올로는 알도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괴롭다. 알도가 회사 이윤을 위해 짝퉁 구찌 상품들을 블랙 마켓에 푸는 것을 알게 된 파트리치아는 모리치오를 부추겨서 알도와 파올로를 축출할 계획을 세운다. 파트리치아는 파올로에게  알도의 비리를 가져오면 파올로 이름으로 새로운 라인을 내주겠다고 유혹한다. 파올로는 알도의 탈세 자료를 건네고 알도는 IRS에게 체포되어 법정에서 1년 1일을

선고받고 감옥에 간다. 파올로의 패션쇼 당일날, 파트리치아의 허위 고발로

구찌 상표를 도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들이닥치고 패션쇼는 취소된다.

상속 서류의 사인 위조가 들통나자 모리치오와 파트리치아는 스위스로 탈출한다. 삼촌과 사촌을 망하게 한 죄책감과 구찌에 집착하면서 자신을 조종하려는 파트리치아에게 싫증이 난 모리치오는 옛애인 ‘파올라’를 만나고 이혼을 결심한다. 방만한 경영으로 실적이 부진한 구찌는 새로운 투자자를 영입하기 위해 알도와 파올로에게 그들의 지분을 팔도록 종용한다. 모든 배후에 조카 모리치오가 있음을 알게 된 알도는 절망하고 자신의 분신인 구찌를 포기한다. 파트리치아는 청부 살인자를 고용해서 모리치오를 살해하고 감옥에 간다. 알도와 파올로도 고독하게 죽고 현재까지 번창하는 구찌에는 구찌 일가가 한명도 남지 않는다.

로마, 피렌체, 코모 호수, 밀라노와 프랑스에서의 촬영이 호화롭고 당시 구찌 패션을 재현한 의상과 구두, 핸드백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2021년, 2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촬영했는데 서두르는 듯한 느낌과 인물들이 따로 노는 부분도 보인다. 하지만 늙은 마피아 대부같은  허풍스럽고 인자한 알도역의 알 파치노, 특수 분장과 과장된 제스쳐로 불운의 파올로를 더 우습게 만든 ‘자레드 레토’, 죽은 아내와 과거의 영광에서 못 벗어나는  카리스마 넘치는 병든 로돌포역의 제레미 아이언스를 한 작품에서 보는 재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레이디 가가의 독무대이다. 작고 육감적인 몸매와  욕망을 숨기지 않는 날것의 표정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결코 미인이 아닌데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살인을 계획할 때 은근히 성공하기를 빌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