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 세상] 코다(CODA 2021)

2022

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이민 초창기부터 오스카 시상식은 놓치지않고 챙겨 본다. 미국와서 좋았던 것중 하나가 오스카 실황을 당일에 텔레비젼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수상작들이 극장에 나오면 직접 가서 보고, 미처 못 본 후보작들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서 보곤 했다. 미국와서 처음으로 오스카 시상식을 보던 날, 앳되보이는 여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고 수화로 소감을 얘기하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스물한 살 청각장애인이 데뷔작으로 주연상을 받았다. 나중에 “작은 신의 아이들 (Children of a Lesser God)”을 빌려다 보고 배우 ‘말리 매틀린’의 강렬하고 날것 그대로의 연기에 놀랄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그녀를 보지 못했고 내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CODA 에서 매틀린은 인생의 풍파를 겪으며 잡초처럼 질긴 삶을 사는 어부의 아내로 열연한다. 기품있게 주름진 얼굴과 열정적 수화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그녀가 30년전보다 더 신선하다.

메사추세츠의 어촌 마을 ‘글루체스터’. 십대인 ‘루비 로시’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오빠와 산다. 전부 청각 장애가 있는 로시 집안에서 유일한 정상인인 루비는 어려서부터 식구들을 위해 통역을 해왔다. 어부인 아버지와 오빠를 도와 함께 어선을 타고 물고기를 잡고 해양 순찰대와의 소통과 잡은 생선 판매도 돕는다.  노래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루비는 학교 합창반에 가입한다.

루비의 다듬어지지 않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은 음악 선생 미스터 비는 루비를 격려한다. 미스터 비는 합창반의 ‘마일스’와 루비에게  가을 발표회 듀엣을 맡기고 둘을 연습시킨다. 생선 냄새와 장애를 가진 식구들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매사에 자신이 없던 루비는 합창반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활기를 찾는다.  한편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도 지역 어업 이사회에서 폭리를 취하고 규제가 심해서 로시네 집안과 다른 어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다. 화가 난 아버지는 회의에 참석해서 이사회를 탈퇴하고 독립해서 생선을 직접 판매하는 조합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는데 이 모든 내용은 루비가 통역을 한다. 미스터 비는 루비의 재능이 아까워 버클리 음대에 지원할 것을 권하고 방과후 개인 교습까지 해준다. 하지만 새사업을 시작한 가족은 루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가족의 사활이 걸린 사업때문에 루비는 약속한 렛슨에 계속 늦게 되고 미스터 비는 렛슨을 취소한다.

학교 발표회날, 가족들은 무대에 선 루비기 자랑스럽다. 듣지 못해도 딸의 노래에 감동하고 박수치는 관객들을 보게 된다.  이튿날 대학을 포기하려는 루비를 데리고 온 가족이 오디션장에 간다. 루비는 노래를 부르며 그 내용을 수화로 식구들에게 들려준다. 장학생으로 합격한 루비는 식구들의 환송을 받으며 고향을 떠난다.

매틀린을 비롯한 아버지와 오빠역에 실제 청각장애 배우들을 캐스팅한 감독의 신념과 용기가 대단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청각 장애인들의 일상이 가식없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그들의 유머, 지혜, 용기, 좌절과 사랑은 모든 인간의 공통적인 특질임을 깨닫는다. 프랑스 영화 “벨리에 가족

(La Famille Belier)” 의 영어판 리메이크인데 미국적인 정서에 맞게 잘 만들었다. 주인공 루비역의 신예 ‘에밀리아 존스’가 돋보인다. 가족간의 사랑과 고뇌하는 십대의 성장통, 블루 칼러 노동자들의 삶등이 적절히 녹아있고 특히 수화로 분노와 야한 농담을 마구 퍼붓는 아버지역 ‘트로이 콧서’의 불같고 섬세하고 포복절도할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감동과 재미 만점의 수작. 코다는 음악 용어로 종결부를 뜻하지만 주인공 루비가 CODA (Child of Deaf Adults)임을 나타내는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