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너와 내가 꿈꾸는 세상(In a Better World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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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폭력은 언제나 어디서나 존재한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의사인 ‘안톤’은 아프리카 수단의 난민 캠프에서 의료 활동을 펼친다. 민병대의 무자비한 폭력과 살상,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부녀자들과 아이들을 정성껏 치료하고 수술한다. 그에게는 아내 ‘마리안느’와 아들 ‘엘리아스’ , ‘몰튼’ 형제가 있다. 덴마크의 한적한 마을에 사는 가족은 안톤의 기둥이다. 하지만 아내와는 별거중이고 이혼을 할지도 모른다. 마리안느는 안톤의 외도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안톤이 뉘우치고 사과를 하지만 용서가 안된다. 열두살의 엘리아스는 학교에서 못된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어느 날 런던에서 동갑인 남자 아이가 전학온다. 도시 아이 ‘크리스티안’은 엄마가 암으로 죽었다. 크리스티안은 엄마의 투병과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할머니집으로 이사를 온것이다. 크리스티안은 전학 첫날,  불량배들에게 당하는 엘리아스를 본다. 크리스티안은 불량배 대장을 화장실에서 늘씬하게 패주고 나이프로 위협한다. 혼이 난 그들은  다시는 두 아이를 건드리지 않게 된다. 엘리아스와 크리스티안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 사이  안톤이 휴가를 얻어 집에 돌아온다. 안톤은 놀이터에서 막내 몰튼이 그네를 가지고 동네 꼬마와 몸싸움이 붙자 말린다. 그때 꼬마의 아버지가 나타나 다짜고짜 안톤에게 화를 낸다. 엘리아스, 크리스티안, 몰튼이 보는가운데 남자는 안톤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퍼붓는다. 평화주의자 안톤은 되받아 치지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물러난다. 크리스티안 눈에는 안톤의 행동이 납득할 수 없다. 안톤은 상대방이 폭력을 쓴다고 폭력으로 되갚으면 자신도 같은 수준이 되는 것이고, 무엇보다 폭력에 영향을 받으면 안된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안톤은 차가운 호수에 들어가 몸과 마음의 울분을 식힌다.

 안톤이 아프리카로 떠나고 엘리아스와 크리스티안은 방과후 늘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지하실에서 불꽃놀이용 화약을 발견한 크리스티안은 수제 폭탄을 만든다. 크리스티안은 안톤을 모욕한 남자의 차를 폭발시키자고 제안한다. 복수를 하는 것이다. 둘이서 제법 큰 폭탄을 만들어서 일요일 아침 일찍 남자의 차가 있는 곳에 간다.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 차만 폭파시키면 인명 피해는 없을 것이다. 폭탄에 불을 붙이고 숨어서 기다리는 데, 엄마와 딸이 조깅을 하면서 차쪽으로 다가온다. 엘리아스는 그들을 막기 위해 뛰어 나간다. 그 순간 차가 폭발하고 엘리아스는 피투성이로 쓰러진다. 모녀는 살고 크리스티안은 쓰러진 엘리아스를 안고 울부짖는다. 엘리아스가 수술을 받는 동안 크리스티안은 경찰 조사를 받는다. 크리스티안은 모든 것을 자기 혼자서 했다고 진술한다. 안톤이 급히 돌아오고 엘리아스는 의식을 차린다. 깨어난 엘리아스는 크리스티안을 염려하면서 다 자기 잘못이라고 말한다. 크리스티안은 집을 나와 엘리아스와 자주 가던 건물 옥상에

올라간다. 크리스티안이 옥상 끝에 서있을 때 안톤이 달려간다. 안톤은, 엘리아스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크리스티안에게 엘리아스가 깨어난 사실을 알려주고, 아이를  아버지에게 데려다 준다. 크리스티안은 아버지 품에 안겨 비로소 울음을 터뜨린다.

 영화는 모래 바람이 몰아치는 광활한 아프리카 난민촌의 참상과 평화롭고 서정적인 덴마크의 마을을 대비시키며 등장인물들의 삶을 따라간다. 안톤은 누가 한쪽 뺨을 때리면 나머지 뺨도 내주면서 폭력에 저항하지만 쉽지가 않다. 살인을 일삼는 민병대 대장이 캠프에 쳐들어와 자신의 부상을 치료하라고 명령할 때, 안톤이 느끼는 갈등과 분노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슬픔을 감추고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는 크리스티안과 겁 많고 여린  엘리아스의 우정은 순수해서 강렬하다. 폭력에 대한 복수는 또 다른 폭력과 희생을 부르겠지만 무조건 용서한다고 폭력이 사라질까. 눈부시게 유려한 촬영과 아름다운 음악이 조화롭다. 부모와 자식, 친구, 상실과 상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아들이 불량배와 싸워서 교장의 호출을 받은 아버지가 싸우지 말라는 설교를 하자 크리스티안은 똑부러지게 대답한다.

“그 녀석이 먼저 나를 때려서 더 세게 때려줬어요. 이제 나를 건드리지 않아요.”

2011년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