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봄셸 ( Bombshell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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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나만큼 영화를 좋아하는 딸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고 극찬을 했다. 어쩜 그렇게 기발하고 웃기면서 동시에 씁쓸하고 슬플 수 있냐는 것이다.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타더니 내달 있을 아카데미시상식에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 포함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엊그제 미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에서는 최고상격인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어 캐스트 인 어 모션 픽쳐’를 수상해 출연 배우 모두가 상을 타는 경사를 맞았다.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은 따 놓은 당상이고 작품상, 감독상의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된셈이다. 흥분과 기대로 일상이 신나는 요즈음이다.  미배우조합상에서 기생충과 경합을 벌였고, 골든 글로브 작품상 후보였고, 올해 아카데미 여우 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를 소개한다. 미디어의 공룡, 폭스 뉴스에서 수많은 여성 앵커들이 CEO ‘로저 아일스’에게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실화를 폭로한다. 영화는 아일스 사후에 제작되었고 연기파 배우 ‘셜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가 권력에 맞서 두려움과 싸우며 사건을 세상에 들어내는 용기있는 여성들을 차분하고 뜨겁게 연기한다.  셜리즈 테론의 ‘메긴 켈리’와 니콜 키드먼의 ‘그레첸 칼슨’이 진행하는 폭스 뉴스 장면들이 나오면서 당시의 사건과 이슈들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차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동료를 방해하고 사장편에서 사태를 덮으려는 여성 간부의 행태를 보면 분노보다 자괴감이 든다.

2016년, 보수진영 폭스 뉴스 탑 앵커인 메긴 켈리는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에게 여성에 대한 성적 발언에 대해 질문한다. 방송 후 트럼프는 켈리를 모욕하는 트윗을 날리고 그의 추종자들도 같이 그녀를 공격하게 만든다. 수많은 적대 메시지에 화제가 된 켈리에게 기자들이 따라붙어 가족들 사진과 마구잡이 기사를 내보낸다. 한편 “폭스와 친구들” 프로의 공동 앵커인 그레첸 칼슨은 한직으로 좌천된다. 남자 동료들의 노골적인 성적 코멘트에 지친 칼슨은 변호사를 찾아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할 계획을 밝힌다.

그녀의 전 동료는 상사의 성적 요구를 거부해서 해고되었다. 회사와 싸우려면 대표 아일스를 고소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른 여직원 들의 확실한 증언이 필요하다. 칼슨은 다른 동료들도 자신과 같은 경험이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케일라’는 폭스 뉴스의 신입 사원, 앵커가 되려는 의욕에 열심히 일한다. 아일스는 신참 케일라에게 앵커 자리를 빌미로 성적 접대를 요구한다. 케일라는 어쩔 수 없이 응하고 수치심과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칼슨은 공중파 방송에서 성적 폭행에 반대하는 매시지를 보낸 후 해고당한다. 칼슨은 본격적으로 아일스의 성폭행에 대해 소송을 시작한다. 아일스는 변호인들과 대책을 세우고 폭스 회사내에 모든 직원들은 무조건 아일스 편에 서라는 지침이 내려온다.  그때까지도 켈리는 침묵하고 다른 증언자가 없자 칼슨은 절망한다. 켈리는 아일스와 폭스의  남자 간부들에게 성희롱 당한 여직원들을 찾아내고 그들과 함께

증언 하기로 한다. 케일라도 용기를 내어 사건을 밝히고 회사를 떠난다. 또 다른 22명의 여성들이 성폭행 피해자로 밝혀지고 아일스와 폭스의 추잡한 범죄가 세상에 드러난다. 아일스는 그룹 총수 루퍼드 머독에게 불려가 해고를 통보 받는다.

트럼프 인터뷰도 자주 등장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상스럽고 안하무인이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비하하는 말투가 역겹다.

흥행과 관계없이 불편할 수도 있는 이런 영화를 꾸준히 만드는 헐리우드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힘은 무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