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타인의 취향 (The Taste of Other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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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루앙’시. 세명의 남자와 세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직업, 성격, 취미, 살아가는 방식들이 제각기 다릅니다. 그러다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을 하고, 자신과 상대방의 다른 점 때문에 좌절하고 상처도 받습니다.

중년 남자 ‘카스텔라’는 성공한 철강회사 사장입니다. 촌스럽고 교양은 없지만 마음은 순수합니다. 카스텔라의 회사는 이란의 회사와 큰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회사의 고문 변호사는 계약서에 싸인을 받을 때까지 카스텔라의 안전을 위해 보디가드를 고용하라고 권합니다.

전직 경찰인 ‘프랑크’가 임시 보디가드로 고용됩니다. 프랑크는 사랑했던 여자에게 배신당한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프랑크의 친구 ‘브루노’는 사장 카스텔라의 운전수입니다. 애인이 미국으로 연수를 갔는데 소식이 뜸해지자 불안합니다. 순정파인 브루노는 플루트를 불면서 애인을 기다립니다.

카스텔라의 아내는 실내장식가입니다. 집안을 온통 분홍과 꽃무늬로 꾸미고, 매일 쇼핑하느라 바쁩니다. 남편보다 집에서 키우는 개를 끔찍히 아낍니다.

카스텔라는 연극을 보러갔다가 무대 위의 여배우 ‘클라라’에게 반합니다. 클라라는 카스텔라의 영어 과외 선생입니다. 낮에 공부할 때는  몰랐는데 무대 위에서 그녀의 연기는 매혹적입니다. 그때부터 카스텔라는 클라라의 관심을 얻기 위해 애씁니다.

그녀의 예술인 친구들 그룹에 끼어서 어울리려고 노력하지만, 기본 소양이 없다보니 놀림감이 되고는 합니다.

카스텔라는 서툰 영어로 시를 지어 클라라에게 바칩니다.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노처녀  클라라는 투박하고 직설적인 카스텔라의 애정 공세에 당황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순수한 영혼에 끌립니다.

‘마니’는 클라라와 그녀 친구들이 자주 가는 식당의 바텐더입니다. 사랑없이도 남자들과 잠을 잘 수 있고, 헤어진 다음 미련을 남기지 않는 쿨한 성격입니다. 마니는 프랑크와 사귑니다. 두 사람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합니다. 마니는 부업으로 대마초를 몰래 팝니다. 프랑크가 불법이라고 비난합니다. 마니는 대마초가 술이나 담배와 다를 게 없다고 항변합니다.

두 사람은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릅니다. 과거의 상처가 남아있는 프랑크는 마니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합니다. 카스텔라는 클라라 친구의 전시회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을 삽니다.  그림을 거실에 걸고 행복해 합니다.  아내는 형편없는 그림이라고 내다 버립니다. 카스텔라는 언제나 자신을 무시하는 아내를 참지 못하고 집을 나옵니다.

진정한 사랑과 예술에 눈뜬 사장 카스텔라, 미국의 애인이 변심한 것을 알고 플루트를 불면서 슬픔을 달래는 운전수 브루노, 새로운 사랑이 두려운 보디가드 프랑크.

세 남자는 붙어 다니면서 서로의 삶을 엿보고 공감하고 동정합니다.

드디어 카스텔라 회사와 이란 회사의 합작건이 성공적으로 계약을 맺습니다. 임무를 마친 프랑크는 마니에게 작별 인사없이 홀로 떠납니다.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클라라는 새로운 연극의 오프닝에 카스텔라를 초대합니다. 브루노는 드디어 다른 음악가들과 연주를 합니다. 다양한 등장 인물들의 솔직하고 섬세한 연기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프랑스 영화입니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상대를 배려하지만, 내가 속한 곳으로 들어 와 주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한데 그 때문에 오해하고 두려워합니다. 완벽주의자인 카스텔라의 아내는 남편이 왜 자기를 떠났는 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편이 사온 그림이 조잡해서 치운 것뿐인데 남편이 떠났습니다.

예술에 무지했던 카스텔라가 클라라를 좋아하면서 그녀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좌충우돌 노력하는 과정이 코믹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대사가 풍성하고, 자주 등장하는 연극과 전시회, 공원과 카페를 담은 화면이 곱고 낭만적입니다.

영화 마지막 브루노가 플루트로 ‘에디트 피아프’가 불렀던

“나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 Je ne regrette rien. )를 연주하는 데 가슴이 찡합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사랑에 서툴고 실패하는 소심한 주인공들이 왠지 낯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