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탱고 (Tango :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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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5월인데 아직도 춥다. 제아무리 꽃샘추위 어쩌고 해도 봄은 봄이다. 봄에 탱고를 배워보면 어떨까.  아르헨티나 탱고를 배우러 무려 2년 동안 왕복 두시간을 운전하며 다녔던 적이 있다. 나를 탱고에 빠지게 만든 그 영화를 소개한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평생을 탱고에 헌신한 중년의 ‘마리오’는 탱고에 관한 새로운 작품을 준비중이다. 연출가인 그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다쳤다. 뛰어난 탱고 댄서이자 그가 사랑한 연인 ‘라우라’는 마리오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갔다. 실연의 상처를 가지고 마리오는 라우라와 그녀의 애인을 주축으로 대규모의 탱고 무대를 구상한다. 거액의 투자가 유치되고 음악, 조명, 무대 장치, 실력있는 남녀 무용수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원된다. 작품의 틀이 완성되어 가는 도중, 마리오는 투자자 ‘안젤로’의 부탁을 받는다. 암흑가의 보스 안젤로는 쇼의 50% 지분을 갖고 있는 거물이다. 자신의 젊은 애인이 탱고에 소질이 있으니 오디션을 보게 해달란다. 마리오는 안젤로의 애인 ‘엘레나’를 스튜디오로 불러서 다른 무용수들과 춤을 추게 한다. 엘레나는 출중한 실력으로 마리오를 만족시킨다.                                                                                           

마리오는 탱고의 예술적인 면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역사까지 작품에 포함시키려고 한다. 정치적 탄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과 총살로 사라진 비극이 불안한 음악과 댄서들의 역동적인 춤으로 생생하게 재현된다. 잊고싶은 과거를 탱고로 되살리는 연출에 투자자들은 반대하지만 마리오는 밀고 나간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마리오와 엘레나는 사랑에 빠진다. 엘레나는 애인 안젤로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안젤로는 분노한다. 복수하겠다는 안젤로의 협박에도 두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마리오의 창작 탱고는 무대 위의 대규모 종합예술로 완성된다.    

드디어 최종 리허설, 무대 위에 푸르스름한 조명이 들어온다.  오페라 ‘나부꼬’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고 여기저기서 아이들 손을 잡고 가방을 든 이민자들의 행렬이 나타난다. 꿈을 찾아 아르헨티나로 건너 온 이민자들은 지친 몸을 쉬는 동안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라우라와 엘레나, 댄서들은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를 몸으로 들려주듯 힘있고 우아하게 탱고를 추고 무대 위는 삶에 대한 열정과 기쁨, 희망과 기대가 펼쳐진다.

드디어 최종 리허설, 무대 위에 푸르스름한 조명이 들어온다.  오페라 ‘나부꼬’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고 여기저기서 아이들 손을 잡고 가방을 든 이민자들의 행렬이 나타난다. 꿈을 찾아 아르헨티나로 건너 온 이민자들은 지친 몸을 쉬는 동안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라우라와 엘레나, 댄서들은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를 몸으로 들려주듯 힘있고 우아하게 탱고를 추고 무대 위는 삶에 대한 열정과 기쁨, 희망과 기대가 펼쳐진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영화의 주인공은 탱고.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요염한 여인이다. 어리고 순진한 처녀는 아니다. 인생의 굴곡을 경험하고 유혹과 절제가 무엇인지 안다. 남자의 리드에 맞춰 따라가고 반응하지만 대등한 관계다. 영화 속 탱고 음악 노장들이 바이얼린,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아코디언으로 연주하는 음악은 심장의 박동처럼 살아있고 아이들의 웃음처럼 거침없다. 도도하게 쭉 뻗은 토르소 밑으로 엉키는 듯 매끄럽고 현란한 다리의 움직임을 보면, 댄서들이 흘린 수많은 땀과 연습량을 짐작할 수 있다. 환상적인 조명과 찬란한 색의 대비, 영화속 영화같은 카메라의 시선, 작품 속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리오의 예술적 고뇌, 아름다운 음악. 현실과 꿈이 합쳐지고 탱고가 인생같은 뜨겁고 열정적인 작품이다. 탱고를 추고 싶어진다.  1999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후보. 오늘 당장 도서관에서 빌려 보길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