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Fighting with My famil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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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스포츠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다 월드컵때 한국팀이 뛰는 축구 경기나 결승전을 보는 정도이다. 특히 권투나 레슬링은 아예 관심 밖이다.  그러다 한 젊은 여성 레슬러에 관한 영화를 보았다. 여자가 그 많은 운동중에 하필 레슬링이라니.  2012년, 레슬링에 미친 영국의 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레슬러출신 배우 ‘드웨인 존슨’(더 록)이 제작에 참여하고 직접 출연도 했다. 레슬링팬이 아니어도 실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영국 시골 마을에 사는 18살 ‘사라야’는 오빠 ‘잭’과 어릴 때부터 가족이 운영하는 레슬링 도장에서 운동을 한다. 사라야의 부모는 전과자에 홈리스였던 과거가 있지만 레슬링을 사랑한다. 동네 아이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치고 사라야 남매의 레슬링 시합으로 겨우 먹고 산다. 잭과 사라야는 정식으로 프로 세계에 입문하는 것이 꿈이다. 남매는 연습 장면을 녹화한 데모 테이프를 WWE(세계레슬링협회)에 보낸다.  잭의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고 양가 가족의 상견례날, WWE에서 남매를 지역 예비 심사에 부른다. 심사장에 간 남매는 전설의 레슬러 더 록을 만나고 흥분한다. 냉정한 매니저 ‘허치’의 지휘하에 참가자들은 훈련에 들어가고 뽑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잭은 탈락하고 사라야만 선택된다. 망설이는 사라야는 잭과 부모, 마을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플로리다로 떠난다. 무대 이름을 ‘페이지’로 정한 사라야는

다른 지역에서 뽑힌 여자들과 합숙 훈련에 들어간다. 모두 키 크고 금발 미녀인 동료들은 주로 전직 모델이나 치어리더 출신들. 검은 머리에 땅딸한 키, 그로테스크한 화장의 페이지는 소외감을 느끼고 외톨이로 지낸다. 첫 NXT 경기에서 관중들은 페이지의 외모에 야유를 퍼붓는다. 페이지는 다른 여자들처럼 금발로 염색하고 태닝도 시도한다.  동료들이 단지 돈과 인기를 위해 레슬링을 한다고 비난하던 페이지는 아픈 딸을 둔 싱글맘, 꿈을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의 사연을 듣게된다.  레슬링을 포기하려던 페이지는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서 좌절에 빠진 잭과 한바탕 싸우고,

가족을 위해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페이지는 본래의 검은 머리로 돌아오고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혹독한 허치의 훈련을 끝까지 견뎌낸 페이지는 드디어 동료들과 WWE ‘디바 토너먼트’에 데뷔해서 타이틀을 따낸다.

역경을 극복하는 인간 승리의 스토리는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레슬링 훈련 과정과 시합 장면들이 흥미진진하다. 배우들의 실제 연기와 현역 선수들의 스턴트가 매끄럽다. 페이지는 2018년, 겨우 스물 다섯의 나이에 시합 중 입은 부상으로 조기 은퇴를 했다.

“레이디 멕베스”에서 욕정에 눈뜬 젊은 아내,  박찬욱 감독의 영국 미니 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에서 주인공을 맡은 실력파 배우 ‘플로렌스 퓨’가 섬세한 내면 연기와  화끈한 레슬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