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내 아들의 여자 ( The Big Sick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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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

(영화칼럼니스트/시카고)

겨우 스물 세살 막내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요양원에 계신 엄마때문에 서울에서 2주를 보내고 돌아온 날이다.

공항에 마중나온  막내는 드디어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같다며 들떠있다.  불과  보름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네가 사랑을 알아?  싶었지만  내색은 안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의  여자 친구가 와있다. 보라색으로 염색한 금발머리, 코에 피어싱을 하고 팔뚝에는 조그만 문신도 있다.  푸른 눈동자만  그나마 봐 줄만 했다.

우크라이나 이민자 부모의 딸. 막내는 여자한테 푹 빠져있었다. 싫은 소리가 목까지 차 올랐지만 꿀꺽 삼키고 미소를 지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비평가와 관객의 찬사를  모두 받은 영화를 소개한다. 인종과 종교가 다른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지면서  가족의 반대와 갈등, 문화 충돌, 이별과 역경을 겪으면서 진정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이 솔직하고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파키스탄 태생의 ‘쿠마일’은  스탠드 업 코미디언이다. 공연이 없을 때는 생계를 위해 우버 택시 운전사로 일한다. 쿠마일의 부모는 전형적인 파키스탄 모슬렘. 쿠마이의 형은 부모가 정해 준 파키스탄 여자와 결혼했다.  부모는 쿠마이가 그럴듯한 직업을 갖고 역시 파키스탄 여자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쿠마이는 공연 도중 귀엽고 활발한 백인 여성 ‘에밀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쿠마이의 부모는 파키스탄 처녀들을  계속 소개하는데 쿠마이는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한다. 쿠마이는 에밀리를 사랑하지만 차마 부모에게 말을 못하고, 그런 쿠마이에게 실망한 에밀리가 떠난다. 하지만 에밀리가 원인 모를 중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부모가 도착할 때까지 쿠마이가 병상을 지킨다.

에밀리의 부모는  처음에는 쿠마이에게 냉랭하지만  딸에게 극진한 쿠마이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에밀리가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있는 동안 쿠마이는  자신의 사랑을 깨닫고 부모에게  맞선다. 집안에서 쫒겨난 쿠마이는 뉴욕으로  떠나고 깨어난 에밀리가 쿠마이를 찾아간다.

실존 인물 쿠마이와 에밀리 부부가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쿠마이는 주연을 겸했다.  등장인물들 모두 자연스러운데 특히 양쪽 부모들의 연기는  배꼽잡게 웃기고 눈물나게 절실하다. 시카고가 배경이라 친근한 화면이 정겹고 따뜻하다. 결혼 적령기의 자식을 둔 부모와  젊은이들에게

모두 권하고 싶은  잘 만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