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당신 앞의 나 ( Me Before You 2016 )

2035

joy kim

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가을입니다. 어쩐지, 달콤하고 가슴 아프고 잊지 못할 사랑이  하고 싶어지는 때입니다. 수려한 풍광과 감성적인 음악, 코믹하고 가슴 뭉클한 고운 사랑 영화 한편 어떻겠습니까. 살기 바빠서 잊고 있었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촉촉이 가슴을 적실 것입니다.

영국의 한적한 시골.

26살의 ‘루이자’는 미래에 대한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열심히 일해 집안을 돕는 착하고 명랑한 처녀입니다. 어느날 일하던 빵집에서 해고되고 아버지까지 실직합니다. 낙천적인 성격의 루이자도, 급하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위해 애씁니다.  마침 보수가 좋은 간병인 자리가 나자 경험이 없는 데도 덜컥 지원합니다.

교외의 거대한 성에서 사는 ‘트레이너’부부의 외아들을 돌보는 일입니다. 30대 초반의 ‘윌 트레이너’는 2년전까지 모든 것을 다 가졌습니다. 부유한 집안, 외모와 능력을 갖춘 금융계의 스타에다 만능 스포츠맨, 금발미녀 애인까지 두고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가 그를 치고 목 아래로 전신마비가 됩니다.

부모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하지만, 윌은 끊임없는 통증과 폐렴에 시달리고 몸이 점차 쇠약해져 가면서 삶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습니다. 재활 운동과 마사지, 약복용등은 전담 간호사가 다 맡아서 합니다. 루이자의 역할은 깊은 절망 속에 홀로 있는 윌에게, 웃음과 삶의 활력을 찾아 주는 것입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나비나 꽃무늬 패션에다, 늘  덜렁대고 촌스러운 루이자를, 윌은 처음부터 무시하고 냉랭하게 대합니다.  그래도 루이자는 낙담하지 않고 타고난 성실함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최선을 다해 윌을 보살핍니다.

어느 비오는 날, 윌은 좋아하는 프랑스 영화를 보려고 루이자에게 DVD를 틀어달라고 합니다. 외국어를 어떻게 알아듣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자막을 읽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윌과 함께 프랑스 영화를 보고나서, 루이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막있는 영화를 보았노라고 고백합니다. 그녀의 솔직하고 순수한 성품에 굳게 닫혀있던 윌의 마음도 조금씩 열립니다.

루이자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윌을 초대합니다. 윌은 휠체어를 타고 루이자와 함께 옛애인의 결혼식에 참석합니다. 윌은 점차 루이자와 농담도 하고,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윌은  툭하면 열이 나고 자주 의식을 잃습니다. 그러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가기도 합니다.

윌은 안락사를 원합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사는 게 아닙니다. 부모에게 6개월의 시한을 두고, 그때까지 자신의 결심이 변하지 않으면 그대로 진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트레이너 부인은  아들의 생각이 바뀌기를 기대하며,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루이자를 고용했습니다.

루이자는 윌에게 삶의 의미와 기쁨을 북돋아 주기 위해 새로운 일들을 시도합니다.  경마장에 가서 경주마에게 돈을 걸고 시합을 지켜봅니다. 둘이서  멋지게 차려입고 음악회에 갑니다. 그리고 사고 후 처음으로 지중해의 섬으로 여행을 갑니다. 휴양지에서 윌과 루이자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합니다. 루이자는 윌에게 살아줄 것을 간절히 애원하지만 윌의 결심은 확고합니다.

여행에서 돌아 온 루이자는 윌의 죽음을 지킬 자신이 없어서 그를 떠납니다. 윌과 부모는 예정대로 스위스로 향합니다. 루이자는 뒤늦게 스위스로 가서 윌의 곁에서 그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합니다.

윌이 죽고, 루이자는 생전에 윌이 그처럼 가고 싶어했던  파리의 카페를 찾아갑니다. 거기서 그가 남긴 편지를 읽습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영국의 소박한 시골 마을과 고풍스러운 성채의 촬영이 곱고 유려합니다. 특히 음악이 좋습니다. 주인공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삽입곡들이 감미롭습니다. 둘이 마지막으로 같이 간  음악회의 모차르트 오보에 콘첼토는 뜻밖의 선물입니다. 아무리 현재의 삶이 고통스럽다 해도,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와 연인을 두고,  스스로 생명을 마감하는 윌의 결정은 공감하기 힘듭니다. 인물들의 조화가 자연스럽고 특히 루이자의 변화무쌍하고 천진한 얼굴 표정은 일품입니다. 통속적인  주제인데도 배우들의 매력이 영화를 힘있게 끌고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