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마오의 라스트 댄서 ( Mao’s Last Dancer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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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김 <영화 칼럼니스트>

세계적인 ‘마린스키’ 발레단의 첫 동양인 수석 발레리노 김기민.  지난 해 ‘무용계의 아카데미라상’이라는 ‘브누아 드 라 당스’ ( Benois de la Danse) 를 받았다. 그의 무대를 속히 볼 수 있을 날은 기대하면서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문화 혁명 시절 중국. 11살 ‘리춘신’은 부모와 여러 형제들과 가난하게 산다.  어느 날 학교에 정부 관리들이 찾아 와서 아이들 몇 명을 뽑아 베이징의 ‘마담 마오의 댄스 아카데미’에 입학시킨다.  어린 춘신도 뽑혀서 발레 학교에서 생활한다. 그 곳에서 혹독한 렛슨과 통제된 집단 생활을 통해 무용수로서 키워진다.  평발의  핸디캡 때문에 남보다 몇 배나 더 연습을 하고 노력하면서 춘신은 아카데미 최고의 무용수로 성장한다.

그 뒤에는 발레에 대한 흥미를 갖지 못하던 춘신을 격려하고 발레리노의 꿈을 갖도록 이끌어 준 ‘첸 ‘선생이 있다.  정치적 도구로서의 발레를 가르치라는 당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순수 발레를  전수하던 첸선생은 결국 숙청 대상이 되어서 학교를 떠난다.

미국과 중국과의 문화 교류가 시작되고  ‘휴스턴 발레단’의 감독 ‘벤 스티븐슨’이 아카데미를 방문한다. 그는 춘신의 뛰어난 발레 실력에 감탄하여 교환 학생으로 초청한다. 3개월의 기한으로 미국에 들어 온 춘신은 처음 누리는 자유와 물질의 풍요를 체험한다. ‘돈키호테’공연을 앞두고  수석 발레리노가 부상을 당하자 공연이 취소될 지경에 이른다. 감독은 춘신에게 대역을 부탁하고 단지 세 시간 동안의 연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춘신의 완벽한 돈키호테에 관객들은 열광하고 공연은 대성공을 거둔다. 춘신은 발레단의 무용수 엘리자베스와 사랑에 빠진다. 정해진 3 개월이 지나자 엘리자베스는 춘신과 결혼을 함으로 그를 지키려고 한다. 춘신은 강제로 영사관에 억류되고 중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한다. 춘신이 영사관에 갇혀 있는 동안 미국 여론의 힘으로 이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불거지고 춘신은 풀려난다. 대신 국적을 박탈당하고 중국 입국이 금지된다.

미국에 남게 된 춘신은 결혼 생활이 쉽지 않다. 춘신은 발레단에서 계속 발전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발레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이 힘들다. 엘리자베스는 춘신을 떠난다.

5년의 세월이 지나고 춘신은 이제 뛰어난 발레리노로서 성공한다. 발레단에서 함께 춤을 추는 파트너도 있다.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 공연이 끝나고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던 춘신은 객석에 앉아있는 늙은 부모님을 발견하고 무대위에서 감격적인 해후를 한다.  시대가 바뀌어서  중국 정부가  춘신의 부모에게 아들을 보러 미국에 가는 걸 허락했다.

춘신은 파트너인 아내와 함께 고향 마을을 찾아간다. 마을 사람들과 첸선생 앞에서 두 사람의 발레를  보여 준다.

실존 인물 리춘신의 자서전을 영화로 만들었다. 가난한 중국 산골의 남자 아이에서 세계적인 무용수로 성장하는 내용은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누리는 자유가 어떤 이들에게는 목숨을 걸거나 가족을 희생시키면서 얻는 것임을  확인한다. 공산 치하의 삶이 얼마나 척박하고 절망적인지도 새삼 깨닫게 된다. 춘신의 피땀어린 연습과 노력, 자유를 향한 갈망,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잔잔하고 공감이 간다.  멋진 발레 장면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