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미러 해즈 투 페이스(The Mirror Has Two Face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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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중학교때 대한 극장에서 “화니 걸”(Funny Girl 1968)을 보았다. 볼품없는 외모의 처녀가 뛰어난 노래 실력과 코믹한 연기로 브로드웨이 최고의 스타가 되는 과정에서 핸섬한 도박꾼 남주인공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로맨틱한 스토리였다. 주연을 맡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그때까지의 헐리웃 여주인공의 공식을 완전히 뒤엎는 얼굴로 순전히 노래와 빼어난 연기로 이듬해 오스카 여우주연상까지 따냈다. 그 이후에  찍은 “회상”(The Way We Were 1973 ), “스타 탄생”( A Star Is Born 1976) 에서도 열정적이고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스트라이샌드가 감독과 주연을 겸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소개한다. 올스타 캐스팅이 화려하고 1995년과 1997년 ‘제임스 본드’였던 ‘피어스 브로스난’ 이 매력있는 조연으로 나온다.

노처녀 ‘로즈 모건’은 컬럼비아 대학 영문학 교수. 평범한 얼굴에 촌스러운 스타일의 로즈는 매사에 그녀를 간섭하고 비판하는 엄마와 같이 산다. 예쁘고 끼많은 동생 ‘해나’가 자기가 좋아하던 ‘알렉스’와 결혼하자 절망한다.

중년의 ‘그레고리 라킨’은 컬럼비아 대학 수학과 교수. 그는 배신한  전여친이 찾아오자 거절 못하고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가 일을 치른 후, 바로 떠나자 상처받고 자기 혐오에 빠져 섹스가 남녀간의 관계를 망친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레고리는 육체적 접촉없이 플라토닉하게 사귈수 있는 여성을 구한다는 광고를 낸다. 해나가 광고를 보고 즉시 언니 로즈 이름으로 연락을 한다. 그렇게 만난 로즈와 그레고리는 약속대로 육체적 접촉없이 석달간 데이트를 하고 평온한 관계에 만족한 그레고리가 청혼을 한다. 로즈와 그레고리는 결혼 후에도 친구같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두 사람 사이의 관심과 대화가 즐겁고 친밀해 질수록 육체적으로도 끌리게 되는 건 당연지사.  남편을 사랑하게 된 로즈는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지만 관계가 깨질까 두려운 그레고리에게 계속 거부당하자 집을 나온다. 로즈는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운동과 다이어트를 하고 화장과 의상도 바꾸며 노력한다.  홀로 남은 그레고리는 결혼에 실패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일상이 엉망이 된다.  결국 로즈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그녀를 찾아간다.

클리셰가 뚜렸하지만 웃기고 재미있다.  나이는 먹었지만 사랑에 자신없는 두남녀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서로를 발견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이 코믹하다. 그레고리역의 ‘제프 브리짓스’와 스트라이샌드의 케미가 사랑스럽다. 특히 허영기 있고 거만하고 아무렇지않게 딸에게 독설을 퍼붓는 엄마 ‘로렌 바콜’의 연기는 압권이다. 주름 가득한 얼굴에  카리스마 넘치는 노배우는 이 영화로 생애 최초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음악과 노래가 감미롭고 촬영도 매끄럽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 우울할 때 기분전환 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