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세상의 모든 돈 ( All the Money in the Worl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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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영화 제목이 무척 선정적이다. 한때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재되었던 ‘J 폴 게티’의 손자 납치 사건을 다룬 내용은 결말을 알지만 스릴있고 왠지 철학적이다. 세상의모든 돈을 다 가진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그 가족들은. 답은 당연 아니다 여야 한다.

1973년, 석유 재벌 ‘폴 게티’의 손자인 16세 ‘폴’은 홀로 로마의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당한다.  유괴범은 폴의 어머니 ‘게일’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으로 1,700만달러를 요구한다.

게일은 폴의 아버지 폴 게티 2세와 이혼했다. 이혼 당시 게일은 거액의 위자료 대신 아이들 양육권을 요구하고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돈이 없는 게일은 전시아버지를 찾아가 몸값을 지불해 달라고 부탁한다. 수전노인 게티는 몸값을 지불하면 자신의 다른 손자들(무려 14명)도 납치될 것이라면서 단칼에 거절한다.  유괴 사건은 전 세계 미디어의 촛점이 되고 게일과 게티는 극성스러운 기자들에게 시달림을 당한다.

게티는 자신이 총애하는 손주 폴을 위해 ‘게티 오일’의 협상전문가인 전 CIA 요원 ‘플레쳐’에게 게일을 도와 손주를 구할 것을 지시한다.

유괴범들은 이태리의 시골 농가에 폴을 가둔다. 유괴범 중 ‘씬꾸안타’ 는  내성적이고 온순한 폴에게 연민을 느끼고 동료들 모르게 그를 돌본다. 시간은 흐르고 돈이 지불되지 않자 유괴범들 사이에 갈등과 불안이 커지면서 그중 한명이 불탄 시체로 경찰에 발견된다. 시체가 발견된 곳을 토대로 경찰이 농가를 급습하지만 폴은 사라진 뒤이다. 기다리다 지친 일당은 돈을 받고 폴을 마약 카르텔 조직에게 판다.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이 조직은 냉혹하고 무자비하다. 게일과 플레쳐는 씬꾸안타를 통해 그들이 4백만 달러로 몸값을 내리고 당장 지불하지 않으면 폴의 신체 일부를 절단할 것이라는 통고를 받는다. 게티는 게일에게 아이들 양육권을 포기하면 돈을 지불하겠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폴의 잘린 귀가 신문사로 배달되고, 피 말리는 게일의 고통을 지켜보던 플레쳐는 돈만 아는 자신의 고용주 게티와 맞선다.  게티는 양육권을 다시 게일에게 넘기고 몸값 전액을 현찰로 지불한다.  게일과 플레처는 지시대로 돈을 전달하고 경찰의 개입을 알게 된  조직이 폴을 죽이려고 하는데 씬꾸안타가 폴을 구한다.  게티 사망후에 회사는 자선 재단으로  설립되고 게티가 평생 수집한 그림, 조각, 예술작품들은 현재 LA ‘게티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에일리언’, ‘글레디에이터’, ‘블랙 호크 다운’ 같은 대작을 잘 만드는 ‘리들리 스캇’ 감독 작품. 하지만 긴장, 대립, 위기같은 극적 요소가 힘이 빠져있다. 대신 두 배우가 훌륭하다. ‘미셸 윌리엄스’는 포기를 모르는 강인한 모성의 게일을 눈부시게 연기하고, 88세의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혈육보다 걸작 미술품에 돈을 쏟아붓는 냉정한 수전노 게티를 우아하고 소름끼치게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