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옥자(Okja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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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김 <영화 칼럼니스트>

21세기의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하고 먹고 소비한다.  거대 기업들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식품을 대량 생산한다.  자연의 법칙으로 길러지고 재배된 육류와 채소를 먹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인간의 탐욕, 오만, 생명가진 것들에 대한  무자비함을 고발하면서, 사랑과 용기 소통을 보여주는 따뜻하고 서늘하고 동화같은 영화가 있다.

다국적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 의 신임 CEO ‘루시’는 기자 회견을 통해 회사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회사의 창시자 부친과 전임 대표였던 쌍둥이 자매 ‘낸시’가 쌓은 부정적 기업 이미지를 없애는 획기적인 사업이다. 회사가 심혈을 기울인 수퍼 돼지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26마리 새끼 돼지들을 전세계로 보내 지역 마다의 고유 방식대로 키우게 한다는 것. 10년후 다 자란 돼지들을 심사해서 최고를 뽑는데, 크고 맛좋은 수퍼 돼지들은 인류의 식량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10년후, 한국 강원도 산골.  14살 소녀 미자는 할아버지와 수퍼 돼지 ‘옥자’와 평화롭게 산다. 옥자는 그 큰 덩치로 나무를 흔들어 감을 떨어트리고 개울에 점프해서 물고기를 잡게한다. 미자와 옥자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다. 미란도 한국 직원이 본사의 돼지 심사원을 데려오고, 옥자는 수퍼 돼지 경연대회를 위해 서울에서 뉴욕으로 보내지게 된다. 미자는 옥자를 찾으러 서울로

간다.  미란도 서울 지사를 찾아갔다가 트럭에 실리는 옥자를 발견하고 트럭 위에 올라 탄다. 도중에  ‘동물해방전선’ (ALF) 멤버들이 끼어들어 트럭을 멈추고,  그 사이 도망친 옥자는 당황하여 번화한 쇼핑몰로 뛰어 들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경찰까지 동원되는 아수라장 속에서 옥자와 미자는 ALF의해 구조되어 트럭에 같이 탄다.  리더 ‘제이’는 전 세계적으로 학대받는 동물들을 구조하는 자신들의 사명을 얘기하고, 미란도 회사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옥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결국 옥자의 귀에 블랙박스가 장치되고 옥자는 뉴욕으로 보내진다.

루시는 회사 선전용으로 미자를 초청해서 수퍼 돼지 컨테스트에 참석케 한다.  행사 당일, 수많은 군중들에게 미란도의 수퍼 돼지로 만든 소시지가 공짜로 뿌려진다. 미자와 옥자가 만나는 순간,  대형 화면에 옥자의 블랙박스에 녹화된 충격적인 수퍼 돼지 사육 현장이 그대로 폭로된다. 성난 군중들이 항의하고 경찰이 투입되고, 난장판 속에서 옥자를 구하려던 ALF 대원들도 체포된다.  리더 제이와 멤버 케이는 미자를 데리고 수퍼 돼지 사육장을 찾아간다. 수백마리의 거대한 돼지들이 줄을 지어 도살되는 현장. 미자는 새로 대표가 된 낸시에게 순금 돼지 모형을 주고 옥자를 구한다. 미자가 옥자를 데리고 떠나오는데 철조망 틈으로 새끼 돼지 한 마리가 빠져나오자 몰래 옥자의 귀에 숨긴다.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집채만한 덩치의 옥자를 동생처럼 보살피고 구해내는 미자의 용기를 응원하며 함께 모험을 한다. 수줍고 귀여운 돼지 옥자의 표현이 놀랍다. 촬영, 연기,음악, 소품, 편집도 훌륭하고, 묵직한 여운이 오래간다.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