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날 빙하’, 내부서 쪼개지며 더 빨리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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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크기의 남극 초대형 빙하

남극의 초대형 빙하가 안쪽에서부터 쪼개지며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극대륙 해빙(sea iceㆍ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의 면적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급상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과학계에선 “인류가 극한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남극 서부에 위치한 미국 플로리다주 크기의 ‘스웨이츠 빙하’ 아랫부분이 예상치 못했던 경로로 녹아내리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바닷물 때문에 빙하 내부가 아래쪽부터 쪼개지고, 그 결과 빙하도 더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게 논문의 골자다. 피터 데이비스 영국 남극조사국 소속 해양학자가 이끈 연구팀은 수중 로봇 촬영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스웨이츠 빙하는 녹으면 지구에 재앙이 초래된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둠스데이(종말의 날) 빙하’로 불린다. 면적은 약 19만2,000㎢로, 한반도(22만2,000㎢)보다 조금 작다. 완전히 녹을 경우 전 지구 해수면은 최대 3.5m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CNN방송은 “지금도 이미 매년 해수면 상승분의 약 4%에 해당하는 양의 물이 스웨이츠 빙하로부터 나온다”고 전했다.

문제는 스웨이츠 빙하의 상태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600m 깊이까지 조사한 결과, 빙하의 수면 밑바닥 부근에서 ‘크레바스’(빙하를 관통하듯 형성된 깊은 균열)가 다수 발견됐다. 이러한 ‘내부의 틈’이 빙하가 더 빨리 녹도록 만들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더 따뜻해지고 염분을 지닌 바닷물이 크레바스 속으로 흘러들어가 빙하 내부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브리트니 슈미트 미국 코넬대 대기학과 교수는 “빙하가 바깥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빠르게 녹으며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이츠 빙하의 붕괴가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이 빙하는 주변 일대 얼음층으로의 해수 유입을 막는 댐의 기능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은 “남극의 다른 빙하도 따뜻한 바닷물에 노출돼 연쇄 붕괴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지난해 내려진 ‘시한부’(5년 내 붕괴) 선고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마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