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 황도국 미국종법사 “’생활 종교’ 원불교, 미국에 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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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본보를 예방한 (왼쪽부터) 동현인 교무, 죽산 황도국 미국 종법사, 김윤 교무.

원불교 미국총부 최고지도자 시카고 방문

“원불교는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신앙과 수행을 생활 속에서 자기 삶에 대해 수행할 수 있는 종교다. 그렇기 때문에 첨단 산업이 발달하고 실용주의적인 미국에서 생활 종교로서의 원불교는 아주 잘 맞는다.”

지난 12일 본보를 예방한 죽산 황도국 미국 종법사는 원불교의 미국 현지 교화 미래를 희망적으로 본다. 그는 미국에서 급격한 탈종교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명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늘어 직장, 가정 등 어디서든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하게 하는 원불교의 가르침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로 107주년(원기 107)을 맞은 원불교는 지난 2021년 9월 원불교 미국총부를 공식 출범했다.

미국 총부의 출범은 한국 토종 종교인 원불교가 미국 현지에서 독자적인 자치권을 가지고 교의 현지화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한국과 문화가 다른 미국에서 어떻게 교당 체제를 운영하고, 현지인들을 양성할 것인가 등을 논의해갈 예정이다.

미국 총부는 미국 동·서부, 캐나다, 중남미를 포함한다. 교당이 28개, 뉴욕 인근 원달마센터와 필라델피아의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등 15개 기관이 속해 있다.

미국 총부의 중심에는 죽산 황도국 미국 종법사가 있다. 그는 과거 원음방송국 이사장, 군종특별교구장, 서울교구장 등을 지냈다. 3년 전 퇴임 이후 미국에서 교령으로 활동하다 미국 종법사로 현지 교화 현장의 총책임을 맡게 됐다.

죽산 미국종법사는 원불교의 미국 현지화에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수행하는 현상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미국에서 원불교의 신앙 생활이 현지인들에게 가장 잘 맞는 종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실용주의 사회입니다. 미전역에서 과학 문명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는데 이는 정신이 약해지고 마음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마음 관리를 시작하는 현지인들이 많아진 만큼 미국은 생활 종교인 원불교 교법이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다”며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 대종사의 ‘물질이 개벽 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인용했다.

‘물질이 개벽 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경전인 ‘정전(正典)’의 첫머리 ‘개교(開敎)의 동기’의 첫 문장이다. 물질이 발생할수록 사람이 정신이 약해지기 때문에 그럴 때일수록 정신 관리를 하고 삶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산 미국 종법사는 원불교 미국 총부가 수행처이자 훈련원으로 삼고 있는 원달마센터를 캘리포니아에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뉴욕 인근 클래버랙(Claverack)에 원달마센터가 있다. 원달마센터는 전문적으로 원불교를 알고 훈련하고 싶은 사람들의 공간으로, 원불교 교인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의 수행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기회를 얻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등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원불교에서는 훈련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정신을 다스리고 안정시킬 수 있는 ‘정신 수양’, 인간의 사리에 대해서 지혜를 확대해가는 ‘사리 연구’,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업취사’다.

죽산 종법사는 ‘종교의 틀’이 미국에서 사라질 것으로 봤다.

“종교는 개인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진리적 종교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제시했다. 인간의 활동은 정신적 활동과 육신적 활동으로 나뉘는데 정신적 활동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육신적 활동이 달라진다”며 “수행을 통해 정신을 강인하게 하고 원불교는 이러한 수행을 삶 속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관점에서 죽산 미국 종법사는 미국에서 특정 종교의 교리를 따르는 신앙생활 보다는, 개인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등 ‘생활 종교’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원불교의 강점을 더욱 드러나게 했다. 팬데믹으로 종교 활동이 많이 위축됐지만 때도 없고 장소도 따로 없는 공부법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꼭 교당에 가지 않더라도 누구나 줌(zoom)으로 수행할 수 있어졌다.

죽산 미국 종법사는 ‘코로나19’ 사태를 ‘전화위복’과 연결 지었다. 코로나의 발생에는 과학 문명 발달의 부정적 측면이 영향을 끼쳤고, 이런 때일수록 인류가 삶을 되돌아보고 진리, 원칙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죽산 미국 종법사는 “현재 코로나 외에 기후변화 등 여러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떻게 삶, 사람, 사물을 바라볼 것인가 성찰해야 한다”며 “인간의 편리를 위해 바꾼 것들 때문에 이보다 더한 바이러스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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