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에 맞서 정치력 키운다···아시아계 파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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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대상 증오에 맞서 아시아계의 정치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뉴욕에서 한 아시안 여성이 증오 척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른쪽은 뉴욕시장 레이스 선두 달리는 대만계 앤드루 양 후보.[로이터]

한인 등 이민 2세들 주도 정계 진출·투표율 ↑
작년 선출직 출마 15% 늘고 대도시 시장도 기대
정치세력 결집력 미흡·단일 대오 형성은 ‘과제’

코로나19 대유행 후 증오 공격의 타깃이 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치력이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NYT는 이날 ‘공격을 받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정치에 기대고 있다’는 제목의 1면 기사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인구 통계와 정책 연구 결과를 제공하는 ‘AAPI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각 주의회 선거에 출마한 아시아계 미국인은 최소 158명으로 2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특히 작년 선거에서 미셸 박 스틸, 영 김, 앤디 김, 매릴린 스트릭랜드 등 역대 최다인 4명의 한인 연방하원의원들이 한꺼번에 탄생한 것도 이같은 한인 및 아시아계 정치력 신장의 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신문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공직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면서 뉴욕시장 레이스 선두를 달리는 대만계 앤드루 양, 보스턴 시장 유력 후보인 대만계 미셸 우, 최근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에 오른 필리핀계 로버트 본타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가장 투표율이 낮고 공동체나 시민사회 참여가 적은 인종집단이었던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제 공직에 눈을 돌리고 투표소에 나가기 시작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카틱 라마크리슈넌 AAPI 데이터 소장은 유권자 데이터 분석업체인 카탈리스트의 예비 추정치를 분석해 지난해 대선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의 투표율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시아계 유권자의 3분의 2가 거주하는 33개주를 대상으로 한 이 분석에서 아시아계 성인 유권자의 투표율 증가폭이 다른 어떠한 인종·민족보다 컸다.

이제 30∼40대에 접어든 이민 2세대들이 이러한 정치 참여 확대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부모 세대보다 사회 참여가 늘어나고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고민이 커진 이들 세대가 하나의 유권자층으로 힘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계 여성들을 노린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벌어진 조지아주에서 보험중개사로 일하는 한인 마이크 박씨는 NYT에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작은 소수민족 집단 거주지에 안주하고 있을 수 없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NYT는 그러나 아시아계 미국인이 여전히 정치세력으로 형태를 갖춰가는 단계라고 평가하면서 다른 인종 그룹과 달리 단일 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시아계는 미국 내에서 소득 격차가 가장 크고,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한쪽도 일관되게 지지하지 않고 있다. 1992년 대선에서 아시아계 다수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으나, 최근에는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그러나 베트남계는 공화당을, 인도계는 민주당을 각각 지지하는 등 민족별로 전혀 다른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인종 증오범죄라는 하나의 현안에 대해서도 어떤 아시아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탓하는 반면, 또 다른 아시아계들은 경찰력과 법질서 강화를 옹호하는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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