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골프를 알면 인생이 보인다-1:티샷이 좋아야 다음 샷이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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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골프가 한때는 특권층의 사치스러운 운동이라고 했지만, 이제 골프는 대중화되었고,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 골프는 운동 및 사교,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활동이 되고 있다. 골프를 칠 때마다 남성 골퍼들은 “골프공과 여성은 마음대로 안 된다.”라는 농담을 주고받는데, 골프를 오래 쳐도 잘 치기가 어렵다는 비유이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표현은 여성 골퍼들에게는 성차별적인 표현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골퍼들에게 가장 중요한 샷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티샷이라고 말할 것이다. 첫 출발이 좋아야 아이언 샷 그리고 그린에서 퍼팅으로 순조롭게 이어져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티샷은 잘했는데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후속 샷이 받쳐 주지 못해서 버디를 못하고, 심지어는 첫 티샷은 형편없어도 다음 샷을 잘 이어가서 버디를 낳는 때도 있다. 또한 투온을 해서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쓰리 퍼트를 해서 좋은 기회를 날려 버리는 일도 있다. 즉 골프에서 좋은 점수를 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많고, 초기에 실수해도 다음에 잘하면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초기에 좋은 샷을 했다고 방심하다가는 한 순에 점수를 망쳐버리는 일도 있다.

이러한 골프의 특성은 필자인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음미해 보면 티샷은 인생의 초기 발달 단계이고 아이언 샷은 청소년의 젊은 시기에 비교되고, 그린에서의 퍼팅은 인생의 목표를 성취하고 자기 삶의 목표를 달성하는 장년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초기 발달 단계의 심리적인 기초 공사가 잘되어야 비교적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순조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발달 심리학에 의하면 초기 자신의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일생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골프로 말하면 티샷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Ainsworth라는 발달 심리학자는 영아는 자신을 보호해 주는 주 양육자와 안정된 애착 관계, 회피 애착, 불안정 애착 및 혼란스러운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엄마가 영아의 욕구를 영아의 관점에서 예측할 수 있게 충족을 시켜주면 영아는 엄마를 포함해서 이 세상은 신뢰하고 믿을 만하다고 믿는 안정 애착을 형성해서, 이러한 사람은 성장해도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믿고 신뢰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엄마가 영아를 방치하거나 거의 돌보지 못하거나 혼자서 놀게 하면 이러한 영아는 사람을 회피하고 세상과 단절하거나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정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면 이러한 영아는 어린 시절부터 자위하거나 성장하면서 인터넷 음란물에 관심을 가지고 음란물 중독에 빠질 수도 있고, 성인이 되면 각종의 중독 물이나 행위에 취약하다고 한다. 즉 어린 시절에 이루지 못한 자신의 안정 애착을 중독 물이나 중독행위라는 가짜 애착 물을 통해서 자신의 정서적인 충족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한편 영아 시절에 엄마가 아이의 욕구를 영아의 입장에서 불규칙하게 충족시켜 주면 영아는 엄마에 불안을 느끼고 엄마에 집착하게 되고 항상 엄마가 자신을 떠날 것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 결혼하게 되면 배우자에게 집착하게 되고 심하면 의처증, 의부증에 걸린다고 한다. 한편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신체 폭력, 언어폭력에 시달리면, 이러한 아동은 혼란 애착을 경험해서 사람에 대한 불신, 피해의식, 감정조절의 실패 또는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골프에서 티샷이 잘못되어도 아이언샷이나 하이브리드 샷을 잘하면 초기 티샷의 불행한 효과를 만회할 수 있듯이 인생에도 초기 발달에서 어려움을 겪어도 후기에 좋은 친구, 환경, 또는 개인의 노력 결과로 인생의 진로를 바꿀 수 있다. 자신의 초기 생애의 불행한 기억에 너무 원망이나 후회하지 말고 이미 발생한 과거의 사건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내가 이 위치에서 가장 최선의 샷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스코어를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