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골프와 인생은 나만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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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공을 가지고 하는 스포츠 대부분은 상대방을 내가 공격해서 공을 상대방을 곤경에 몰아 놓고, 공을 뺏거나 상대방을 방해하고, 이것을 잘하는 선수가 일류 선수이다. 테니스만 하더라도 강력한 서브로 상대방을 궁지에 잘 몰아넣어서 상대방이 반격을 못 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고, 상대방이 실수했을 때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골프는 자연조건에 놓여 있는 공을 자신이 원하는 페이스와 리듬으로 공을 치는 자신만의 게임이다. 즉 자기중심의 자기 주도형 게임인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내 점수와 타인의 점수를 비교해야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는 게임 이기게 우승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점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에서 우승하려면 골프공을 치는 순간마다 공을 치는 과정에 집중해야 타수를 줄여 우승을 할 수 있지, 타인의 샷이나 점수에 지나치게 의식하면 오히려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골프가 무너진다.

이런 면에서 인생도 골프 게임과 같다. 우리 인생도 자신 스스로 페이스를 조정하고 자신이 준비될 때 공을 치면서 목표를 향해 나가는 인생 게임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경우에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경쟁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좋지 않은 삶은 남을 의식하면서 남과 비교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매사에 경쟁의식을 가지고, 자신이 삶에 집중하지 못하는 삶인 것이다. 자신만의 삶과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계획하에 자신이 주도된 삶을 산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인생 골프에서 항상 경쟁적이고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남을 의식하면서 자신만의 인생 골프 게임을 못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 가족 부모님과 심리적인 분리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다.

부부 상담하다 보면, 결혼을 통해서 부모로부터 신체적으로 독립은 성취했지만, 심리적으로 자신의 원가족을 떠나지 못한 부부들을 많이 만난다. 예를 들면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부모에게 자주 전화를 하지 않고, 집안의 경사에 참석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부모, 특히 엄마에게 말대꾸했다고 하면서 아내에게 신체적인 폭력 또는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어머니가 자신의 집을 방문할 때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하고, 아이를 기르는 면에서 간섭하고, 남편의 건강만 챙기고, 며느리인 자신은 홀대하고, 전화를 받다가 예고 없이 끊어 버리는 등의 사소한 면에서 며느리에게 서운한 행동을 많이 해서 시집에 가는 것 자체가 싫다고 한다. 또한 같은 며느리라도 다른 며느리에 비해서 차별 대우를 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하소연한다. 아내의 경우 원가족과 미분리 된 경우는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으면 친정으로 도피하거나, 친정 부모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이 경우에 남편이나 아내는 원 가족 부모로부터 심리적인 미분리로 인해 자신의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결혼하면, 남녀 모두 원가족에서 심리적으로 분리되어야 자신만의 삶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남성들은 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심리적인 독립적 삶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결혼해서 부부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야하고, 이것이 어려우면 부부 상담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둘째: 부모의 소망을 이루어 드리려고 대리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다.

가족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이 성취하지 못한 삶을 자녀들이 성취하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는 자녀들을 많이 본다. 예를 들면, 부모님이 가난한 삶을 살았으면, 자녀는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부모님이 권력이나 공권력의 피해자였으면, 자녀는 경찰이나 검사가 되어서 부모님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어 한다. 부모님의 학력이 낮았으면 자신이 박사가 되거나 일류 대학을 가는 것이 자녀의 꿈이 된다. 심리적으로 보면 부모님의 결핍된 삶을 자녀가 성취하려는 동기가 되어서 열심히 노력해서 그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고 부모님의 소원을 대리 만족시켜 드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역시 자신 고유한 인생 골프를 즐기지 못하는 삶인 것이다.

셋째: 부모의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모시고 사는 자녀는 부모를 떠나지 못한 사람이다.

개인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에게 학대를 받거나, 부모가 지나치게 엄격해서 자녀가 실수하면 가혹한 처벌을 경험한 자녀들이 많다. 특히 어린 시절에 이러한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인 학대가 반복적으로 지속되면 복합적 외상 경험을 한다. 외상의 후유증은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대인 관계에서 피해적인 태도를 보이고, 감정 기복도 심하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체로 분노 조절이 안 되고 화가 나면 부모님이 자신에게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인지치료 이론에 의하면 감정이란 순간적으로 스쳐 가는 생각을 반영한다. 분노나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 상대방이 한 행동이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지 물어보면, “아내가 나를 무시한다.” “나를 형편없다고 비난한다.” “나의 권위에 도전하고 반항한다.”,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 등의 생각이 스쳐 갔다고 답변한다. 이러한 생각의 기원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하면서 더 탐색하면, 대체로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자신을 비난하고 큰소리치는 것을 수없이 듣고 성장했다고 한다. 즉 다시 말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내면에 부모님의 부정적인 메시지나 이미지가 작동하면서 무의식적인 부모님의 메시가 촉발되고 있었다. 우리는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부모님의 이미지를 마음속에 모시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기보다는 부모님이 우리에게 물려준 메시지나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자신이 싫어하는 부모님을 떠나 산다고 해도, 부모님의 이미지는 항상 우리의 삶에서 동행하면서, 순간순간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부모님이 물려준 건강한 가치관이나 사명감은 자녀에게도 득이 되지만, 건강하지 못한 경우, 즉 “나는 부족하고,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다.”, 또는 “나는 타인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고, 남의 비위를 맞추고 살아야 한다.”라는 삶을 사는 사람은 평생 부모님이 내려준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삶을 사는 것이다. (다음 주에는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한 심리적인 대처 기법이 소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