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부부이혼 예언 4번째 원인: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7): 남편의 공감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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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도대체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하숙집 아줌마인지 모르겠어.
잠자리할 때만친절한 척하고 끝나면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아!

결혼한 남성은 “왜 우리 아내는 말이 많고, 불평이 많은가? 다른 여성들하고 살면 이러한 삶이
달라질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즉 아내라는 사람을 바꾸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새롭게 시작해
볼까 하는 환상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안 바꾸고 상대방을 바꾸어
행복을 누리려는 비 현실적인 꿈은 접어야 한다. 필자는 한국 여성, 미국 여성, 멕시코계 여성, 일본
여성, 이란 여성, 베트남 여성 등 다른 나라 여성들을 상담한 경험이 있는데, 아내들이 남편에 대해 불만
내용이 한결같이 비슷하고, 결혼 생활에 대한 불평도 남편보다 더 많았다.
실제로 부부 만족도에 관한 연구를 보면, 어느 문화나 나라를 막론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의 결혼
만족도가 떨어졌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여성들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다루어야 하는
관계가 아주 복잡하기 때문이다. 즉 아내는 남편, 자녀, 시부모, 원 부모, 친척 등 너무 다루어야 할
관계가 복잡하다. 그리고 집안에서 매일 해야 하는 사소한 일거리도 너무나 많다. 예를 들면, 식구들
식성에 맞게 요리하기, 건강 챙기기, 세탁하기, 집안 정리하기, 청소하기, 가구 정리하고 편안한 가정
공간 꾸미기 등 해야 할 일이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편의 협조나 정서적인
지지가 없거나, 남편이 아내가 하는 가사 일을 사소하고, 당연히 여기고 고맙거나 감사함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내들은 정서적, 신체적 소진을 경험하게 된다. 아내로서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심리적
신체적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남편의 위로와 감사와 정서적인 지지가 없고 실제적인 가사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신이 지치고 결혼 생활이 즐겁지 않다.
흔히들 직장의 스트레스와 소진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내가 가정
경제를 꾸려 가는 과정에서 신체적, 정서적인 소진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많다. 아마도 아내는
엄마로서 자녀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하기를 즐긴다고 오해를 하거나, 현모양처로서 남편 보살펴 주는
것을 당연히 즐기기 때문에 아내는 힘들어도 잘 참아 낼 것이라는 오해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소진에
지친 아내가 남편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공감과 수용이다.
◾ 남편의 공감적 지지의 중요성
공감이란 이전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상대방 처지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반영해 주고, 지지해 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아내가 통제적이고 지배적인 시어머니의 비위를
맞추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면, “당신은 우리 어머님 때문에 아주 속상했구나.” 하면서 공감해 주고,
“이러한 어머니를 대하는 나도 힘든데, 당신이 같이 참아 주어서 고마워”라고 아내를 수용해 주면
아내의 힘든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또는
“우리 어머님은 사랑이 많으신 분이야.” 등으로 어머니를 대변하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면, 아내는
남편은 정말로, “어머님 편인 남의 편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러한 공감과
수용을 경험하지 못하면, 아내는 외롭고 남편에 대한 애정도 떨어진다.
◾공감 능력이 없는 남편의 특징과 대책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 부족: 공감이란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아내가 불평하는 경우 아내의 입장을 고려하는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예를 들면, 아내가 “여보 집안 살림을 꾸려 가지가
힘들어”라는 표현을 하면, 아내의 입장에서는 힘들고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이기에 “그렇구나”하고
수용하고 아내의 감정을 알아차리려고 반영해 주어야 한다. “당신만큼 일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까짓 것 가지고 힘들다고 해!”라고 반응한다면, 이러한 남편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처지에서 아내를
판단하고 평가하고 있다. 상대방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그것을 부정하기보다는 수용하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남편이 아내를 공감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 부부 관계는 행복한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내: 여보 당신 어머니 때문에 때로는 힘들어.
남편: 아. 그렇구나, 어머니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감정 반영), 무슨 일인인지 말해 줄 수
있어? (탐색적 대화)라고 하면 된다.
아내: 당신 요즘 늦게 귀가하고 집안일을 안 도와주고, 자녀들에게도 관심을 표현하지 않으니 힘들어!
남편: 당신이 요즘 힘들고 피곤해 보이네(공감),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럴 만도 하지(수용), 내가 요즘
당신에게 소홀히 해서 미안해(내 감정), 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당신을 도와주었으면 해? (탐색적
대화)라고 하면 아내의 서운한 마음을 풀어주고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의 부족: 일반적으로 나이 든 우리나라의 남성들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아마도, 남자는 말이 많으면 사람이 가벼워 보이고, 믿음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여성은 과묵하고 믿음직한 남성을 선호했다. 옛날 유행가요
“노란 사쓰 입은 사나이”의 가사 중에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남편과 사는 아내들은 답답하고 속이 터진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필자가 상담한 실제로
사례 중에, 아내는 남편에게 밥을 챙겨주고, 집안 일을 해 주고, 모든 것을 잘해 주어도, 그러한 아내의
행동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 또한 남편은 직장일 외부 일에 대해서도 아내와 나누는 법이 없었다.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묵 떡 보살”이라고 이름을 짓고 답답한 “벽창호”와 같이 산다고 불평했다. 우리
말 속담에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부부 사이도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고맙고,
감사하고, 좋으면 좋다는 것을 표현해 주어라. 평소에는 아내에게 감정 표현을 못 했다가, 아내가
임종하면, “여보 임자! 내가 말로 표현은 못 했지만, 속으로 당신 많이 사랑했어!”하고 한들 소용이 없다.
아내가 살아있고, 내 옆에 있을 때, 아내의 감정을 알아주고, 아내가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능력 부족: 아내에게 공감을 못 하는 남편은 한마디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모든 것이 내 생각, 나 중심, 내 의지, 세상은 내 뜻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아주 미숙한
3~4세 같은 유아적인 심리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 부부 관계의 근본적인 가정은 상대방과
인격적인 관계이지, 상대방을 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적인 관계가 아니다. 아내를 고귀한
인격체로 존중한다면, 아내가 어떤 상황인지, 아내가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자상하게 살펴보고 그
감정을 반영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