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우리는 흔히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은 안 보고 손만 본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말에서 ‘달’은 모든 일의 근본이나 목적을 의미하고, ‘손’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결혼 생활에서 달에 해당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무엇이고 손에 해당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은 무엇일까? 부부 관계에서 달에 해당하는 것은 부부 사이의 기본적인 친밀한 사랑 관계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부부의 핵심은 결혼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괴로우나, 즐겁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가 어려움을 편안하게 나누고 정서적으로 서로 지지하는 데 있다. 손가락에 해당하는 것은 자녀 출산을 비롯한 경제적인 문제, 친척 관계 또는 가족 관계이다. 필자가 부부 상담하다 보면, 본말이 전도되어 부부들이 자녀나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부부의 애정이나 친밀한 관계가 망가지면서 이러한 관계가 지속되면 부부 사이에 애정이 식어가고 법적인 이혼에 앞서 정서적인 이혼이 선행하는 경우를 본다.

부부 사이에 정서적인 연결과 친밀감 형성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은 너무나 많지만, 지난 칼럼에서 이미 밝힌 부부들의 정서적인 홍수 즉 과 부하적인 상태가 그 중의 하나이다. 신체적 심리적 과부하 상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면 과부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배우자나 환경을 피하게 되고, 부부 사이에 서로 정서적인 고립이 발생하면서 이혼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정서적인 친밀감에 영향을 주는 만성적인 신체적 긴장에 관해서 다루려고 한다. 결혼 연구의 대가인 가트만 박사에 의하면 이혼의 6번에 요인은 부부들의 만성적인 신체 긴장이라고 제시했다. 즉 부부들이 결혼 생활에서 신체적으로 긴장을 느끼고 피곤하고 지치면 결과적으로 신체적 소진이 발생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이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신체적인 긴장 상태는 정서적인 과부하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정서적으로 과부하가 되면 신체적인 긴장이라는 증상으로 표현되고, 만성적인 신체적인 긴장은 정서적인 과부하 상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만성적인 신체적 긴장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

◾ 감정뇌인 변연계가 과활성화됨: 만성적인 신체적 긴장을 느끼면 짜증이 나고, 긴장되고, 불편하고, 심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두뇌에서는 감정뇌인 변연계가 과 활성화된다. 변연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파괴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인지 왜곡도 심하기에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하하고 극단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

◾ 혈압이 상승과 맥박이 올라감: 연구에 의하면 부부 갈등이 심각해져서 맥박이 100을 넘으면 인간은 인지 왜곡,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되어, 언성을 높이고, 소리를 치거나 막말을 한다. 예를 들면, 부부가 싸우다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나는 당신하고 결혼한 것 후회해!”, “우리 당장 이혼해!” 등의 막말을 한다. 심할 때는 상대방에 언어폭력, 신체 폭력, 및 가정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트만 박사는 맥박이 100을 넘으면 절대로 그 순간에 중요한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 순간에는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자신의 신체를 이완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되 찾은 후에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만성적인 신체 긴장에 대한 대책

◾ 만성적인 신체 긴장을 알아차리고 타임아웃을 갖기: 먼저 우리는 만성적인 신체 긴장을 느끼는 상태를 알아차리고, 이런 상태가 되면 우리는 쉽게 정서적으로 폭발할 수도 있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부부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문제 해결을 하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 우선 해야 할 일은 타임아웃을 가지면서 서로가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자신의 신체적 긴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 타임아웃 동안에 해야 할 일: 신체적으로 이완하는 기법은 이미 여러 번 제시했다. 즉 심호흡하기, 근육을 긴장했다가 이완하기, 산책하기, 좋아하는 음악듣기, 샤워하기 등. 신체적인 이완이 이루어지면 차분해지면서 이성적인 기능이 활성화되기에 차분해진다. 내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전 칼럼에서도 제시했듯이, 이해란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Under+Stand). 문제나 사안에 대해서 나의 입장만 고려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미성숙하고, 유아적이다. 성숙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를 초월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수적이다.

◾부부 사이에 만성적인 갈등은 부부들의 핵심 가치관이 작용한다: 부부 사이에 만성적인 갈등은 부부들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가치관이 작용하고 있고, 이러한 가치관이 서로 상충하여서 충돌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하는 부부는 한쪽은 저축과 경제적인 안정을 핵심 가치로 하지만, 상대편은 지금 여기의 살을 즐기고 편안하게 살려고 하기에 돈을 쓰는 것을 주장할 수 있다. 이 두 가치관은 다 옳다. 서로 이것을 절충하면 된다. 집안 정돈을 강조하는 부부는 환경의 안정성과 규칙을 중시할 수 있고, 좀 어질고 사는 사람은 자유스럽고 속박되는 환경을 싫어할 수 있다. 각자의 처지에서는 다 옳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절충하면 된다. 가족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강조하는 부부는 부부의 관계와 친밀감을 중시하지만, 혼자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개인의 성취와 일을 즐길 수 있다. 이 가치관은 다 옳다. 서로 다음을 인정하고 절충하면 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협상하는 대화 방법: 부부들이 싸우는 과정을 보면,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다가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 있는 대화의 특징은 이전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상대방을 비난하기, 판단하고 평가하기, 멸시하는 대화에 있다. 부부들의 갈등이란 서로의 의견이 다른 것에서 기인하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정서적으로 공격하는 비난적인 대화와 짜증 난 음성을 보이지 않고, 서로의 이견을 조율하면 부부는 서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다시 한번 이러한 대화 기법을 상기시키면, 대화 시작은 “내 생각은”, “내가 보기에는….”나 전달법으로 시작하고 맨 마지막에는 “당신 생각은 어때?” “당의 의견을 말해 줄 수 있어?” 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주는 대화를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대화가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되고, 부부는 대화 결과에 만족할 수 있다. 부부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 이혼당할까 두려움에, 또는 이혼할까 하는 의심에 살지 말고 서로가 행복하고 만족해지는 부부 관계를 실현하는 것이 이혼에 대한 영원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