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대처 방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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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약 30년 전에 필자의 아내가 심각한 척추 수술을 했다. 그 수술은 약 13시간 지속되었고, 그 수술을 집도한 외과 의사에 의하면 수술 과정의 심각성이 아내가 트럭에 2번 치인 상황과 비슷하다고 했다. 수술을 결심하기도 어려웠지만 일단 의사를 믿고 수술 경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아내가 회복실에 들려 가는 모습을 보는 나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강한 트라우마 사건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서 병원에 오랜 동안 입원하면서 회복을 해야 했는데,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나에게는 아주 힘든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병 문안을 온 친지들의 위로와 격려도 도움이 되었는데, 한편으로는 위로도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부담도 되었다. 가장 큰 부담은 병문안을 와서 “왜 입원을 했고, 수술 결과는 어떻게 되고, 현재 상태는 어떤 가, 언제쯤 퇴원할 것 같은가?”에 관한 반복되는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는데 문병 오신 여러분들이 거의 동일한 질문을 반복할 때 같은 대답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많이 힘들었다. 속으로는 차라리 수술의 이유과 과정에 대해서 사전에 녹음을 해서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녹음을 틀어 놓을까 하는 생각까지 한 기억이 난다. 또한 병 문안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는, 방문자가 아내의 상태를 보고 나보다 더 서러워하고 슬피 울 때이었다. 나는 겨우 두려움, 슬픔을 겨우 극복하고 있는데, 방문자가 이 상황을 보면서 더 걱정하고 서글퍼하니 이 상황을 보는 내 심정은 더 복잡하고, 이 분이 돌아가고 나면 더 걱정이 된 경우도 있었다. 물론 병원까지 와서 위로 해준 분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느꼈고, 방문자들의 동기가 나와 아내를 위로해 주려는 심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때 현장에서 느낀 감정은 방문자가 자신의 가정 보다는 내 감정을 알아주고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공감하고 나의 어려움에 동참하고 같이 함께 한다는 마음을 전달해 줄 때가 가장 도움이 되었던 같다.

이번 주 칼럼에서는 주위에서 뜻하지 않는 사고, 사고로 인한 유족을 위로하거나, 외상에서 회복하는 생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에 관해서 제시하시로 한다.

▪ 급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생존자가 회복에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

▸생존자를 공감하고 수용하는 말과 행동: 예를 들면 “많이 걱정되고 힘드시지요? 정말 너무나 많이 놀라시고 무서웠을 것 같아요” 또는 “이 사건으로 너무나 당황하고 두려웠을 것 같아요” 등의 생존자가 현재 어떤 감정인가를 반영해 주도로 해야 한다. 그러나 생존자의 감정을 어떻게 반영해 줄 수 있을지 모르면,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셔요?” 등으로 접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안정한 분위기에서 생존자가 편안하게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해 줄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존자를 도와준다고 하면서 사건에 관해서 너무 자세히 물어보면서 트라우마 사건을 재경험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많은 경우에 생존자를 위로해 준다고 하면서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어? 자세히 말해봐!” 하면서 피해 상황을 억지로 증언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생존자가 자발적으로 말하지 않는 한 너무 자세히 사건에 관해서 물어주면 도움이 안 된다. “혹시 이번 사건에 관해서 나누고 싶으면 제가 들어 드릴게요.”라고 하면서 생존자가 원하는 만큼 트라우마에 대해서 자기를 개방할 수 있는 만큼 표현하도록 분위기를 제공해 주고 수용해 주는 것이 좋다.

▸트라우마 사건을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질문을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이 사건을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요? 이 사건이 자신에게 어떤 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나요? 그러한 방법이 도움이 되거나 효과적인가요?” 등의 질문을 해서 생존자가 트라우마에 관한 자신의 대처 방법을 돌아볼 수 있도록 질문을 해주어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서 “제가 혹시 도와 드릴 것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해도 도움이 된다.

▸트라우마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이 회복 과정의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안심시켜 준다. 트라우마 증상은 실제로 우리 두뇌에서 증상에서 회복하기 위해서 그 장면을 떠올리고 깜짝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트라우마 장면 회피하려고 하기도 하고 악몽을 꾸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을 생존자가 호소하면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러한 증상은 회복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들었어요.”라는 말을 해주면 생존자를 안심시켜 줄 수 있다. .

▸자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행동이나 트라우마 상담을 안내해 준다. 트라우마를 연상시키는 뉴스나 TV, 정보를 통해서 또다시 트라우마 증상이 촉발되면 순간적으로 이 증상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여러분이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천천히 심호흡하기, 자신이 처해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5감을 통해서 알아차리기, 주의를 분산시키는 음악이나 산책하기” 등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혹시 다른 도움이 필요하면 알려 달라고 물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트라우마 증상이 심하면 트라우마에 관한 전문 상담을 받도록 제안해 줄 필요가 있다.

주위에서 각종의 재난이나 사건으로 인해서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생존자가 있으면 이들을 효과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 자신의 “동네 심리학”에 근거해서 트라우마 생존자를 도우려고 하지 말고, 전문가는 아니지만 고품격으로 그 상황에 적절한 방법을 알고 도와주었으면 한다. 동기는 좋지만, 트라우마 생존자들을 힘들게 하는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