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대처 방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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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최근 한국 이태원에서 할로윈데이(Halloween Day)를 즐기려는 약 10만 명의 군중들이 좁은 골목길에 몰리면서 156명의 젊은이가 압사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들과 실제로 상담한 경험에 의하면, 수많은 인파로 인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 뒤엉키면서 서서히 신체적인 압박감을 느낄 때 한순간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공포감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또한 그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누군가는 희생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과, 젊은 동료들은 희생이 되었는데 자신만 살았다는 생각으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참사 현장에서 길가에 널브러진 시체를 목격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공포, 슬픔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수면장애, 갑자기 울컥하고 울고 싶어 하는 슬픔 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를 통해서 트라우마(외상)의 후유증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번 주 칼럼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관해서 알아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알아보기로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정의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생명의 위협이나 공포를 경험할 때 성공적으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면 “생존 모드”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상태는 각성이 높은 상태로서 단기간에 자신을 지켜내려는 시도이다. 트라우마의 가장 흔한 증상은 과민반응(hyper-alertness, hyper-arousal)과 외상 사건의 재경험(Re-experience or intrusion), 및 감정 회피 또는 심리적인 무감각증(avoidance or emotional numbness)으로 나타난다. 심리적인 과민반응은 사건이 발생한 후 안전한 상황에 있어도 쉽게 깜짝 놀라고, 불안해하며 잠을 자지 못하고 주의 집중 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이번 이태원 트라우마 생존자들은 일상생활에서도 갑자기 두려움을 느끼고 직장이나 학교 수업에서 주의를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보인다고 호소했다. 신체적인 강간을 당한 여성의 경우는 가해자가 항상 주위에 있는 것처럼 과도하게 주위를 경계한다.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충격의 재 경험 증상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나 꿈, 상상, 환각이 재연되어 실제와 같이 느끼고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평소에는 외상에 관련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서 외상 사건을 연상시키는 소리, 냄새, 또는 감각 정보 등을 통한 촉발 자극을 경험하면 과도한 불안 반응과 실제로 트라우마 상황에서 경험했던 비슷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트라우마 생존자들은 이러한 감정 회피 또는 마비시키려고 시도하고, 비현실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분노와 피해의식, 수치심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종류와 분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이태원이나 세월호 사건 같은 일회성 외상을 경험한 후 발생하는 급성 또는 단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스트레스 사건이 오랜 기간을 통해서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학대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해서 생기는 후유증으로 복합 외상 스트레스 반응 두 가지로 분류한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이 노출된 상황은 실제로 죽음이나 죽음의 위협에 대한 사건들, 혹은 심한 부상,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신체적 온전성에 대한 위협을 경험, 목격하거나 직접 직면한 경우이다.

2) 그 사건에 대한 개인의 반응은 강한 두려움, 공포, 무력감, 혹은 공포를 경험한다.

3) 그 외상 사건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재경험을 한다.

– 그 사건에 관한 영상, 사고들 혹은 지각을 포함하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 그 사건에 관해서 악몽을 꾼다.

– 외상 사건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느낌(그 경험이 되살아나는 기분, 착각, 환각을 느낀다.

– 현실감을 상실하고 이 상태에서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안정시키려고 술이나 마약에 의존할 수도 있다.

4) 외상과 연관된 자극을 지속적 회피하려고 시도하고,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의 둔화 현상이 새롭게 나타난다. 다음의 세 가지(혹은 그 이상)로 증상이 나타난다.

– 외상과 관련된 사고, 느낌, 혹은 대화를 피하려는 노력

– 외상에 대한 회상을 일으키는 활동들, 장소들 혹은 사람을 피하려는 노력

– 외상의 중요한 사건 내용을 회상할 수 없음

– 중요한 활동에 대한 흥미 혹은 참여의 현저한 감소

– 다른 사람들과 동떨어지거나 격리된 느낌

– 감정이 경직되고 제한됨(예: 사랑이란 느낌을 가질 수 없음)

–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거나 축소됨(예: 직업, 결혼, 자녀 또는 정상적 수명에 대해 기대하지 않음)

5) 증가된 각성에 의한 지속적인 증상들(외상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음). 다음의 두 개(혹은 그 이상)로 나타남.

– 잠을 청하기 어렵거나 수면 유지의 곤란

– 감정 기복이 심하고,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분노의 표출이 과격함

– 주의 집중 장애

– 과도한 각성과 민감한 반응

– 과도한 놀람 반응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은 대체로 한 달 이내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거나 증상이 감소하고 회복된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이러한 반응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직업에 지장을 받는다면 본인은 급성 외상 후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에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반응이 일어날 때, 당황하지 말고 외상을 경험할 때 회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그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안심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세한 대처 방식은 다음 주에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