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행복한 부부들의 특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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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서구에서 신혼부부들이 결혼하자마자 신혼여행(honeymoon)가는 풍습은 19세기 초에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본래는 신부 여행(Bridal Tour)라고 해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친척 또는 친구를 방문하려는 의도로 여행을 했는데 이러한 습관이 신혼여행으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허니문의 다른 의미는 결혼 후에 한 달 기간은 가장 행복하고 달콤한 기간인데 이러한 기간도 보름달이 변해서 초승달이 되는 것 같이 결혼 후 경험하는 현실은 달처럼 변할 수 있다는 의미로 서구에서 1546년부터 사용되었다고도 한다. 허니문에 대한 공통적인 의미는 신혼 후에 행복한 기간도 있고, 우리 말로 깨가 쏟아지는 기간이 있지만, 보름달이 지고 초승달로 변하는 것 같이 부부들의 초기 행복한 기간은 무한히 연장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혼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행복한 부부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부부들의 다음의 내용을 자신들의 결혼 생활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면 허니문 기간만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고 만족한 결혼 생활을 영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부부들의 특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서로 같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해결하는 부부

부부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내 의견대로 행동하도록 일방적으로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올바른 관계의 핵심은 항상 자신을 초월해서 상대방의 관점도 포함해서 문제를 파악하는데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방법을 시도해 보기 바란다:

아내: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귀가해도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고, 당신의 동아리나 인터넷 게임에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는데 당신은 이점을 어떻게 생각해?

남편: 종일 회사에서 스트레스받다 보면 집에 오면 쉬고 싶은 생각에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다 보니, 자녀와 가족에 시간을 생각만큼 많이 보내지 못했네. 나의 이런 점을 지적해 주어서 고마워. 앞으로 자녀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 보도록 노력할게….

아내: 당신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아. 그럴 때마다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 줘요. 나도 당신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할게.

둘째: 상대방의 경험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부부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아내나 남편의 입장에서 힘들다고 불평을 하거나 하소연할 때가 있는데, 불행한 부부들은 “당신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내가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당신이 받는 것은 별거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행복한 부부들은 “당신이 힘들다고 하니까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쓴 것 같아서 미안해요. 어떤 점이 힘든지 좀 더 자세히 말해 주어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즉 내가 보기에는 별것이 아닐 것 같아도, 상대방이 힘들다고 하면, 일단 그 상황을 수용하고 좀 더 탐색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폄하를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셋째: 유머가 있고 감정이 살아 있는 생기 있는 즐거운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

행복한 부부들은 서로 농담도 하고 유머가 있고, 서로가 놀리기도 한다(Gottman, 1994). 부부가 서로 말이 없고 근엄하고 감정 교류가 없으면, 부부 사이에 표면적인 문제는 없을 수 있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다정한 친구로서 서로 가벼운 농담도 하는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 남편의 귀가가 늦었다고 아내가 투정을 하면, “내가 그렇게 많이 보고 싶었어? 당신은 나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구나. 알았어! 다음에 5분 일찍 귀가하기로 약속하면 돼?”

– 아내가 외출하면서 화장하느라 준비 시간이 지연되면, “당신이 너무 예뻐 보이면 다른 남자에게 인기가 많아 큰일인데. 조금만 서둘러 주시면 안 될까?”

– 아내가 물건을 쓰고 제 자리에 갖다 놓지 않았다고 지적을 하면, “당신이 잘 안내해 주어서 고마워요. 다음에는 나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할게”

농담하는 재주가 없는 부부는 TV의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나 가요 등을 같이 시청하면서 서로 정서적으로 웃고 교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부는 감정도 표현하고, 딱딱한 관계를 좀 유머와 농담도 하면서 살아가는 여유가 있을 때 행복하다. 부부들이 “하루 한 번 웃으면 한 번 더 행복해진다”라는 말이 연구 결과 실제로 사실로 밝혔다.

넷째: 해결을 시도해도 고쳐지지 않는 부부 행동은 수용하고 문제 행동과 같이 살아가는 부부

부부 관계에 관한 가트만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부부의 문제 행동은 31%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 69%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가지고 산다고 한다. 한마디로 하면 부부의 많은 부정적인 행동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갈등이 많은 부부는 상대방의 부정적인 행동을 수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행동을 고치려고 수년간 노력을 했지만, 교정이 안 되는 사소한 문제는 수용하고 그 문제와 같이 살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중요한 알코올 중독 문제, 도박 중독 문제, 가정 폭력 문제, 경제적인 낭비 등의 문제 같은 아주 중요한 문제를 수용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부부와 가정에 위해가 되고 부부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문제는 상담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집안에서 정리 정돈이 안 되는 사소한 행동 등은 서로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또한 부부 사이에 만성적인 갈등으로 이어지는 문제는 그 배경에 부부들의 핵심적인 가치관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만성적인 문제는 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 한다. 예를 들면, 돈을 지나치게 절약하는 배우자는 어린 시절 가난으로부터 경제적인 안정을 우선순위로 살아가려고 하고, 돈을 여유로운 범위 내에서 사용하고 싶어 하는 배우자는 돈은 살아 있는 동안에 사용해야 삶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서로가 잔소리하면서 싸우지 말고 솔직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만성적인 잔소리의 배경이 되는 핵심적인 가치관을 탐색하고 서로를 이해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