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천상의 하모니(As It Is in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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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주변에 교회나 단체의 합창단에 속한 지인들이 많다. 때가 되면 발표회도 갖는다. 함께 연습하며 화음을 만드는 합창이 삶을 풍요롭고 고귀하게 만드는 힘이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다니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이다. 음악에 있어서 완벽주의자인 그는 단원들이 자신의 기준에 못 맞추면 대놓고 면박을 준다. 연주 일정이 십년 후까지 잡혀있을 정도로 성공한 음악가지만 몸을 너무 혹사한 탓에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거의 죽다 살아난 후 음악계에서 은퇴하고 고향인 스웨덴 북부의 시골 마을로 돌아간다. 어릴 적에 병약했던 그는 동네 악동들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다. 다니엘이 음악에 소질을 보이자 어머니는 일곱살 된 아들을 데리고 도시로 나간다. 뒷바라지하던 어머니가 죽고 후원자는 ‘다니엘 다리우스’라는 세련된 이름을 소년에게 지어 준다. 고향으로 돌아온 다니엘은 버려진 낡은 학교 건물을 사서 혼자서 생활한다. 화려한 명성과 살인적인 스케줄을 뒤로하고 눈덮인 시골 마을에서 절대 고독과 마주한 그는 비로소 해방과 평안을 느낀다. 이름난 지휘자가 이사오자 온 마을이 흥분한다. 다니엘은 일부러 마을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고향은 30년이 지났어도 별로 변한 게 없다. 자신을  괴롭히던 ‘코니’는 술만 마시면 아내를 패고 걸핏하면 싸움을 일으킨다. 그때 뚱뚱했던 ‘홈프리드’를  놀리던 ‘아니’는 지금도 여전히 홈프리드를 뚱보라고 조롱한다. 어렸을 적 친구들은 아무도 다니엘을 알아 보지 못한다. 마을의 목사 ‘스티그’는 교회 성가대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지만 다니엘은 거절한다. 그러다 우연히 성가대의 연습하는 모습을 본다. 남녀노소가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로 노래하는 것을 보고 결국 성가대 지휘를 맡는다. 다니엘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완벽주의가 발동되고 엉망이었던 단원들은 그의 체계적인 렛슨을 받으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아간다. 연습 시간이 쌓이면서 단원들은 음악이 주는 기쁨과 치유를 경험한다. 남편에게 맞으며 두려움에 떨던 ‘가브리엘라’는 다니엘의 지도로 솔로를 맡으며 생의 환희를 느낀다. 왕따 처녀 ‘레나’는 다니엘을 사랑하게 된다. 마을의 놀림감인 지적 장애인 ‘토르’는 성가대의 연습을 듣다가 따라하게 되고, 다니엘은 토르의 바리톤 음색을 찾아내 성가대의 멤버로 끼워준다. 이제 성가대의 연습 시간은 축제처럼 즐겁다. 단원들의 삶에 활기가 넘친다. 성가대는 부흥을 하는데 정작 주일 예배는 시들하다. 죄와 회개만을 강조하는 목사 스티그는 교인들이 다니엘을 더 따르자 그를 해임한다. 대원들은 교회를 떠나 다니엘의 학교에서 연습한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인스브룩’에서 열리는 합창 경연대회에 나가기로 결정한다. 시골에서 평생을 살았던 단원들은 흥분과 기대로 여비를 마련하고 짐을 꾸린다. 드디어 경연 날, 단원들이 무대에 오른다. 긴장으로 얼이 빠진 단원들은 지휘자를 기다린다. 그 시간에 다니엘은 심장 발작을 일으켜서 화장실에 쓰러져 있다. 객석이 술렁거리자 가브리엘라는 다니엘이 가르쳐 준 대로 소리를 낸다. 대원들이 화음을 넣고 곧 목소리만의 하모니가 울려 퍼진다. 회장 안의 사람들이 따라하고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합해져서 하모니를 이루며 극장을 가득 채운다.

 별 볼 일 없는 인생들의 찌질한 삶이 음악을 통해 치유되고 변해 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눈덮인 스웨덴 시골의 황량하고 차가운 풍광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눈부시다. 다니엘은 천방지축에 이기적인 마을 사람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인내심과 화합을 배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평생의 꿈인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음악”을 완성한다. 경건한 겉모습에 숨겨진 인간적인 약함과 위선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목사 스티그, 수십년간 놀림을 당하다가 용기를 내어 맞서는 홈프리드, 때리는 남편에게 떠나겠다고 선언하는 가브리엘라등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음악을 통해 천상의 하모니를 이루어내는 결점 투성이 인간들이 눈물겹도록 사랑스럽다.